아침 6시.
FM 라디오 굿모닝 팝스가 울리며 아침이 시작되었다.


- 어써 일어나써 씻고 아침얼 더쎄요.


사감 선생님의 날카롭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고향은 경상도였지만 말투에는 표준어를 구사하고자 하는 열망이 역력히 베어있었다.

원래 여학생 기숙사의 사감은 저런 캐릭터가 전형적인 포맷인가 싶을만큼 

마른체형에 사나워보이는 요상한 뿔테 안경을 낀, 거기다 노처녀이기까지 한 그녀는

같은 여자로서 이렇게 말하기 미안하지만 정말 지독하게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주섬주섬 일어나 하나, 둘 샤워 내지는 세수를 하러 욕실로 갔다.

사실 욕실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공동 화장실 한 켠 비닐커튼을 경계로 한 작은 공간에 세면대 하나와 샤워기 두 대가 설치된 것이 전부였으니까.

그래도 따뜻한 물은 마음껏 쓸 수 있으니 그다지 불만은 없었다.

기숙사생에 비해 샤워기가 턱없이 부족했으므로 느긋하게 씻을 여유따위는 없었다.

나는 두 손을 초당 3회 정도로 미친듯이 놀리며 십분만에 샤워를 마쳤다.


식당은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기다란 식탁이 2줄 놓여있는 대략 30~40명 정도 수용 가능한 식당이었는데

영양사 겸 주방 아주머니가 두 분 계셨고 우리는 식판을 들고 일렬로 줄을 서서 그날의 메뉴를 차례대로 받아 먹었다.
굳이 따지자면 오늘은 입학일이었다.

재수생들에게 가장 유명하다는 노량진 대성학원의 입학일.

하지만 나는 평상시의 '입학'이란 단어가 주는 설렘도 기대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이 지옥같은 1년을 빨리 보내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은 나름 들뜬 모양이었다.

같은 반에 남자 아이들은 몇 명이나 되는지, 선생님의 출신학교는 어디인지 따위를 두고 신나게 떠들어대는 걸 보니.

학원 수업은 8시부터였고 우리는 7시 반까지 출입카드를 찍고 기숙사를 나서야 했다.


- 다녀오겠습니다.

 

처음 맞이하는 노량진에서의 아침. 아직 2월이라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고 난 순간 그 풍경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뜬금없이 엄마 얼굴이 떠올라 갑작스레 코끝이 찡해졌지만 울지는 않았다.

고작 시작일 뿐인데 벌써부터 약해지면 망하는 거라고 애써 생각했다.

by 정미나 2012.05.1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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