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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의자놀이』

정미나 2012. 9. 1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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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놀이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하던 그 놀이.

   의자를 사람 수보다 하나 덜 놓고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다가

   노래가 멈추는 순간 재빨리 의자에 앉는 놀이.

   행동이 굼뜬 마지막 두 명은 엉덩이를 부딪치며

   마지막 남은 의자를 차지하려 하고, 대개는 한 명이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정말 그럴 생각은 없지만,

   마지막 순간이 되면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해

   친구를 밀어버리고 내가 앉아야 하는 그 의자놀이.』

 

 

이 책은 쌍용자동차의 비리와 그 노동자들의 아픔을 다룬 책이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했다.

(물론 정부의 무자비한 공권력에 치가 떨리기도 했다.)

 

예전 중학교 도덕 시간이었나..

성선설, 성악설, 성무설 중 어떤게 옳다고 생각하는지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난 성선설을 믿는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은 보통 잠을 자는 모습에서 본성이 드러나게 마련인데

이제 태어난 아기들의 자는 모습은 더없이 착한 천사의 모습이 아니냐며

우리는 태어날 때 모두 선하지만 환경에 따라 악해지기도 하는 거라고

자신있게 주장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글쎄..

사실 지금의 난 '인간은 본래 선하다.'는 맹자의 주장에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 책에는 '산 자'와 '죽은 자'가 나온다.

그 '죽은 자' 중 22명은 정말로 '죽은 자'가 되어버렸고

'산 자'는 결국 한때 동료였던 자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데에 일조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만약 입장이 바뀌었었다면 뭔가가 달라졌을까.

 

'산 자'가 '죽은 자'가 되고 '죽은 자'가 '산 자'가 되었더라도

상황은 똑같았을 것 같다.

어차피 인간은 자기 자신이 우선이고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겠지만 누구나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얼마쯤은 하고 있을거니까.

결국 자기를 챙길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며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어찌됐든 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커다란 고통과 깊은 상처를 이미 입어버렸고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아무쪼록 잘 견뎌내주길 바랄뿐이다.

 

 

더이상의 '죽은 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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