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태연한 인생』

 

『 언제부터인가 세상일이 다 그런 식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두가지 중에서 하나를 택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요셉은 둘 중 어느 자리에도 가지 않음으로써 

    무조건 오답을 택하게 돼 있는 부조리한 시스템에 저항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게다가 그는 꼭 참석하기를 바라는 작가에게는

    편집자가 하루 전쯤 확인전화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전화를 받은 지 꽤 오래된 요셉으로서는

    그들의 관리대상 리스트 따위에는 끼든 말든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얼굴을 내비치면 안되었다.

    어쨌든 요셉은 이제부터 오늘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

    요셉의 경우 아침형 인간이란 

    아침부터 비관적인 인간을 뜻하는 것이었다.』


시종일관 시니컬한 퇴물작가 요셉의 시선이 유난히 재미있었던 책.
읽는 내내 작가의 포텐이 터졌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구구절절 뛰어난 표현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류의 에피소드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뻐근해졌다.
류가 담담하게 들려주는 그녀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그로 인해 고통보다는 고독을 택하기로 한 그녀의 이야기라든지.

 

『 고독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적요로운 평화를 주었다.

    애써 고독하지 않으려고 할 때의 고립감이 견디기 힘들 뿐이었다.

    타인이란 영원히 오해하게 돼 있는 존재이지만

    서로의 오해를 존중하는 순간 연민 안에서 연대할 수 있었다.

    고독끼리의 친근과 오해의 연대 속에 류의 삶은 흘러갔다.

    류는 어둠 속에서도 노래할 수 있었다. 』

 

 

ps. 시정마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by 정미나 2013.06.07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