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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집도 절도 없지만 먹는 것만큼은 이건희 처럼?

정미나 2013. 10. 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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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돈 많은 사람의 최대 장점은 돈이 없다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이 될 정도의 무한탐욕, 내지는 에너지 동력을 소유하지 못한 일반인들의 소망도 딱 그 정도 지점을 가리키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0억, 2000억, 1조원을 갖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뭐, 어디서 뚝 떨어져서 그런 돈이 생긴다면 나쁠 것은 없고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은 하겠지만 말이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약간 변화하긴 하지만 일반인들이 바라는 부(富)의 규모는 집 한채를 제외하고 현금 10억~50억원 사이가 보통인 듯 하다. 그중에서 약간 욕심이 있다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고작 70억~100억원 사이다. 남한테 손 안벌리고 아쉬운 소리 안하고 돈 때문에 할 일을 못하거나 안하고 싶은 일을 억지로 안할 수 있는 딱 그 정도를 희망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부(富)란 참으로 상대적인 것이어서 1000억원을 갖고도 빈곤하다고 느낄 수 있는 한편 단돈 100만원이 없어도 부자라고 느낄 수도 있다.(물론 여기서 계룡산 바위굴에서 도 닦으면서 이슬 마시고 솔잎 씹는 무욕(無慾)의 도사들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또한 사람의 욕심은 정말로 끝이 없어서 한 가지가 충족되면 바로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다른 한 가지를 추구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돈을 어느 정도 축적했다 싶으면 학벌이든, 권력이든 아직 자기 손에 쥐지 못한 다른 것을 열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인간의 속성이 인류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인간이 바위굴에 살 때부터 무위자족(無爲自足)의 삶에 안주했다면 오늘날의 문명의 이기는 달성 불가능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그 같은 인간의 속성이 인간의 행복과 만족, 평강을 결정적으로 방해하기도 한다. 최근 재벌 2~3세들은 자기들끼리 그룹을 형성해서 교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서도 똑같은 비극이 발생한다. 3000억원을 가진 재벌 2세는 3조원, 30조원 가진 재벌 3세 앞에서 불행하다고 느낀다. 30조원을 가진 재벌 3세는 50조원을 갖고도 하버드대를 나온 다른 재벌 3세 때문에 밤잠을 설칠 수도 있다. 돈이면 돈, 학벌이면 학벌, 권력이면 권력, 인품이면 인품...다른 사람 기죽이는 인간들은 꼭 있게 마련이고 이 때문에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그들 세계에서조차 질투와 원망, 좌절과 시기가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요즘에는 "웬만한 집안, 웬만한 미모를 갖고도 시집을 잘 가려면 미국 아이비리그 정도는 기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와이프들 조차도 경쟁의 대상이니 `트로피`의 수준이 단순히 금박 인지, 아니면 몸통까지 순금인지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건 뭐 와이프가 `몰타의 매`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보면 부(富)를 축적하려 아둥바둥하기에 앞서 마음 수양부터 해야 건강과 가족, 만족과 행복이라는 인간 삶의 절대명제를 달성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일반적인 월급쟁이들의 부(富)에 대한 욕심의 정도는 기껏 10억~100억원 정도인데 그나마도 마음 한구석에는 "설마 그 정도를 내가 모을 수 있겠어?"라는 회의(懷疑)부터 "돈 모으려 애면글면 사느니 오늘 현재를 즐겨야 하지 않을까?"하는 내면의 유혹과 자기합리화, "돈이 뭐 그렇게 중요해? 돈보다는 가족이나 우정이 더 중요한거야"라는 어설픈 인본주의 까지 다양한 훼방꾼들이 돈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사업으로든, 직업으로든 성공한 사람들은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의 끈기와 집중력, 남다른 집요함과 이기심으로 무장한 경우가 많다. 시쳇말로 `자기 마누라나 자식보다 돈을 더 좋아해야` 사업가로 성공한다고 하지 않던가.

 

일반인들은 탐욕의 크기도 작지만 기타 집요함, 집중력, 끈기, 이기심 등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인으로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부자가 되기 위해, 부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가. 많은 월급쟁이들은 희생은 없이 부(富)라는 결과물만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누릴 거 다 누리고 살 거 다 사고 즐길 거 즐기면서 돈까지 바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늘에서 어느 날 뚝 떨어지는 로또 같은 행운만 바라고 있으니 어느 세월에 부자가 될까. 실제로 주변에서 부자가 된 사람을 보면 남보다 더 노력하고 더 공부하고 더 열심히 살아서 부자가 된 사람이 대다수이다. 그런 열심과 근면, 노력, 열정 까지도 사실은 유전자속에 박혀 있는 것이니 하늘부터 불공평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노력, 공부, 열정, 근면도 일종의 습관이다. 한번의 성공 경험이 다음의 습관을 결정한다는 심리학 연구결과도 많이 나와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행태는 매우 우려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집도 절도 없지만 차는 고급으로, 먹는 것만큼은 이건희 회장 못지 않게`를 모토로 삼고 사는 신인류들 얘기다. 한달에 200만원~300만원 벌면서 500만원짜리 명품백을 사고 1인분에 10만원짜리 음식을 꼭 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세대. 작은 사치, 경험의 사치, 문화의 사치를 중시하지만 20년뒤, 30년뒤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삶의 진중함은 나 몰라라 하는 세대다. 이들이 그럴 수 있는 것은 부모 세대의 지원 덕분이다. 이들은 나면서부터 부모 세대의 무한 지원을 바탕으로 살아온 세대다. 부모가 저축하고 벌어놓은 것을 자기 세대에 홀랑 까먹고 탈탈 긁어먹는 세대라고나 할까. 본인들은 그렇게 살면 되지만 다음 세대는 어떻게 될까? 그래서 자기 부모세대 처럼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집 한칸 마련할 자신도, 자기처럼 풍족하고 여유롭게 키울 자신도 없다며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안 낳는다. 아이를 안 낳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스스로 단종(斷種)을 선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종들의 기본 원칙을 어기는 별종들인 셈이다.

 

본인들의 선택이면서도 핑계는 사회 탓을 한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못하겠다, 보육·육아시설이 안돼 있다, 사회가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등등.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들이 불평도 하면 안될 만큼 정의롭고 공평하고 북유럽 같은 복지천국이라고 우기는 게 아니다. 역사적으로 이만 하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에 태어난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리고 역사를 통틀어봤을 때 언제 사회와 국가가 개인의 삶을 그렇게 책임져 줬는가 묻는 것이다. 어차피 개인들은 주어진 사회·국가적 환경속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것이다. 어떻게 알아서 잘 살 것인가, 그 물음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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