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약간은 서늘한 공기를 머금었던

안개 자욱했던 새벽녘의 교정을 기억한다.

홀로 아무 이유없이 그 곳을 거닐었던

조금은 쓸쓸했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한다.

그 곳에서만 나던 특유의 풀 냄새를 기억한다.

그 무렵에만 느낄 수 있었던 몽환적인 느낌을 기억한다.


안개는 흘러 흘러 어딘가로 떠나갔고

시간은 흘러 흘러 나를 시공간의 어디쯤으로 데려왔다.


손을 뻗으면 당장이라도 만져질 것 같은

희뿌옇던 풍경을 기억한다.

무성 영화처럼 절대적으로 고요했던

그 날의 장면을 기억한다.




by 정미나 2017.11.08 2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