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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정미나 2018. 4. 1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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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거야.

내 친구 중에 정말 똑똑한 놈이 하나 있었는데,
이 동네에서 정말 큰 인물 하나 나오겠다 싶었는데
근데 그 놈이 대학 졸업하고 얼마 안 있다가
뜬금없이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버렸어.
그때 걔네 부모님들 앓아 누우시고 정말 동네 전체가 충격이었는데
걔가 떠나면서 한 말이 있어.
아무것도 갖지 않은 인간이 돼보겠다고..

다들 평생을 뭘 가져보겠다고 고생고생하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다 라는걸 보여주기 위해서 아둥바둥 사는데
뭘 갖는건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원하는 걸 갖는다고 해도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못견디고.. 무너지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내 진정한 내력이 아닌 것 같고..

그냥.. 다 아닌 것 같다고..

무의식 중에 그 놈 말에 동의하고 있었나보지.
그래서 이런 저런 스펙 줄줄이 나열돼있는 이력서보다 
달리기 하나 써있는 이력서가 훨씬 세보였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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