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참을 수 없는 아픔을 느끼면 그는 자신의 몸을 떠났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무통의 장소에서 아픔을 견디는 다자키쓰쿠루의 모습을 관찰했다.
의식을 강하게 집중하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 감각은 지금까지도 언뜻언뜻 그의 내면에서 되살아났다.
자신을 떠나는 것,
자신의 아픔을 타인의 것처럼 바라보는 것. 』
어떤 일은 누군가의 얼굴에서 표정을 앗아가고,
어떤 일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벽을 쌓아올린다.
자신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낄 때,
그리고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될 때
심장은 저릿해지고, 머리에는 묘한 파동이 인다.
『 인간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색깔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알아?
인간에게는 제각기 자신의 색깔이 있어서 그게 몸의 윤곽을 따라 희미하게 빛나면서 떠올라. 후광처럼.
내눈에는 그 색깔이 뚜렷이 보여.
그 색깔을 볼 수 있는 능력은 눈앞에 다가 온 죽음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주어져.
그리고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이어지지.
그 자격은 지금 나에게 주어졌지.
내가 할 일은 어떤 색깔을 가지고 어떤 특징적인 방식으로 빛을 내는 사람을 찾는 거야.
죽음의 티켓도 사실 그런 상대에 한해서만 건네줄 수 있어. 』
실제로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에너지의 파장을 내뿜고 있고 그것은 서로 다른 색으로 나타난다고 하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어떤 색을 지니고 있는 사람인지.
책이 끝나기 전에 하이다가 한번은 더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끝끝내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 인생에는 몇명의 하이다가 존재할까.
어느 순간, 어느 시절 나에게 매우 영향력 있는 소중한 존재였지만
딱히 작별인사도 하지 않은채 흐지부지하게 사라져버린..
그리고 끝끝내 나타나지 않을..
그리고 나를 하이다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우리네 인생에는 어떤 언어로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게 있는 법이죠.』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