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진 『부자언니 부자특강』

정미나 2016. 5. 9. 17:42

 

딱히 계기라고 할만한 게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동네 은행으로 가던 나의 들뜬 걸음걸이와
내 주머니에 있던 꼬깃한 지폐와 동전들,
그리고 그걸 받아주던 친절했던 언니의 표정.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집에 오신 손님들이 과자 사먹으라며 용돈을 주실때면
그걸 모아두었다가 은행으로 달려가곤 했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그런 내가 참 귀찮았을 법도 한데 고맙게도
그때 은행 창구를 지키고 있던 언니는 그런 날 참 반가워해주고 귀여워 해 주었었다.

한창 재미들려 들락거리던 나의 은행놀이가 언제 어떻게 흐지부지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심혈을 기울여 만든 비밀번호를 아직도 심심찮게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그때가 아마 나의 재테크 역사의 시초였던 것 같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나왔던 피천득의 '은전 한 닢'에 나오는 거지의 마지막 대사,
"그저 이 돈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이 말이 난 지금도 참 인상깊다.
작가의 의도야 어떻든 그 거지가 은전 한 닢을 가지기까지 들였던 노력만큼은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목적이야 어찌됐건 거지는 결국 그 돈을 가졌으니 돈은 없으면서 목적만 많이 가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야 훌륭하지 않은가.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 게스트로 나온 유수진이라는 자산관리사가 하는 말들이
평소에 내가 갖고 있던 생각들과 너무나 비슷해 이 책을 찾아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생각만 비슷했지 지식은 턱없이 부족했던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무엇이든 열정을 가지고 삶을 임하는 사람들은
타인에게까지 그 에너지를 전파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 우리는 남들은 쉽게 이루었다 생각하고 나는 타고난 운이 없어 안 되는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형태이든 부와 성공을 거머쥔 사람들에게는 눈물로 가시밭길을 걸어온 고통의 시간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은 들여다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모습만 좆는다.』


폴바셋에서 커피를 마시는 여자보다
남양유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더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