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하이데거의 숲
정미나
2017. 11. 8. 23:13
그 날, 약간은 서늘한 공기를 머금었던
안개 자욱했던 새벽녘의 교정을 기억한다.
홀로 아무 이유없이 그 곳을 거닐었던
조금은 쓸쓸했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한다.
그 곳에서만 나던 특유의 풀 냄새를 기억한다.
그 무렵에만 느낄 수 있었던 몽환적인 느낌을 기억한다.
안개는 흘러 흘러 어딘가로 떠나갔고
시간은 흘러 흘러 나를 시공간의 어디쯤으로 데려왔다.
손을 뻗으면 당장이라도 만져질 것 같은
희뿌옇던 풍경을 기억한다.
무성 영화처럼 절대적으로 고요했던
그 날의 장면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