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나의 해방일지

정미나 2022. 4. 29. 18:49


확실해?
봄이 오면 다른 사람 돼 있는거.
추앙하다보면 다른 사람 돼 있을거라며..

한번도 안 해봤을거 아니예요.
난 한번도 안 해봤던 걸 하고나면
그 전하고는 다른 사람이 돼 있던데..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무렵 화창했던 어느날 아침,
눈을 뜬 후 차 한잔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가서 하얀색 페인트와 젯소와 붓을 샀다.
집으로 돌아와 오래된 가구들에 사포질을 하고
젯소를 칠한 뒤 말리고 페인트를 바르고 또 말리고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며칠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말도 내뱉지 않고
그렇게 묵묵히 페인트만 칠했다.
뭔가 변화하고 싶었다.
그때의 나도 드라마 속의 미정이처럼
무언가 보이지 않는 틀 속에 갇혀있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걸 깨고 나오고 싶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까..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내가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들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 불편한 구석이 있어요.
실망스러웠던 것도 있고 미운것도 있고
질투하는 것도 있고..
조금씩 다 앙금이 있어요.
사람들하고 수더분하게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실제론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혹시 그게 내가 점점 조용히 지쳐가는 이유 아닐까..
늘 혼자라는 느낌에 시달리고
버려진 느낌에 시달리는 이유 아닐까..

그 무렵 내가 썼던 글들을 보면 하나같이 모두 깊숙한 우울함에 휩싸여 있다.
괜찮은 것 같다가도 한순간 모든것이 귀찮아지고 불행하다 느껴졌던 시간들.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나도 누군가를 추앙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조건없이
응원해주고, 잘 되길 기도해주고
잘 됐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그냥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힘들어했던 과거의 나에게로 돌아가
그 곁에서 온 힘을 다해 추앙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