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처음엔 가볍게 읽었는데 끝에는 생각이 많아지게 만든 책
읽는내내 등장인물들이
회사의 내가 알던 누구와 겹쳐보이기도 하고
김부장도 아니고 송과장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 애매하게 걸쳐있는 나라는 캐릭터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나는 아주 빨리 먹을 수도 있고,
약간 빨리 먹을 수도 있고,
천천히 먹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과장이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나까지 빨리 먹으면 천천히 먹는 사람이 부담스러워진다.
나는 권 사원의 속도에 맞춰 먹는다.』
그동안 내 속도에 맞춰주었을 몇몇 사람들이 떠올랐던 장면, 너무 늦었지만 그들의 배려에 감사를 표한다.
『인생은 살아가면서 고수를 만날 필요가 있다.』
지금에 와 돌이켜보니
난 회사라는 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난 것 같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회사라지만
그래도 나에겐 부당한 상황에 직면했을때
늘 내 편이 되어주던 동료가 있었고
날 신뢰하고 인정해주던 상사가 있었고
많은 속내를 같이 털어놓던 후배가 있었다.
그리고 고수라고 할 만한 사람을 만나 많이 배우기도 했다.
『50년 넘게 살면서 남의 그림에 색칠만 하다가
자신의 그림은 정작 그려본 적이 없는 어른 아이.
그야말로 백지상태』
회사는 구성원에게 안정감을 주는 울타리 역할이 되어주지만
죽을때까지 그곳에 소속되기는 불가능하므로
퇴직 이후 죽기 전까지 어떤 일들로 내 삶을 채워나갈지는
필연적으로 고민해보아야 한다.
이것은 비단 돈 문제만이 아니다.
100세까지 놀고만 있기엔 시간이 너무 길다.
『인생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주도권이
나에게 있어야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어.
나를 통제할 줄 안다는 것은
칼자루가 내 손에 있다는 뜻이지.
그런데 사람들은 칼날을 잡고 있으면서
칼자루를 잡고 있다고 착각을 해.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하고
세상과 주변 환경에 이리저리 휩쓸린다면
그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