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diary (370)
정미나닷컴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비가 오니까 찻집 유리창에 팔을 기대고 기다리네 그대를 우산도 없이 뛰어 올거야 그대 젖은 얼굴 닦아줘야지 아니야 그대는 안 올지도 몰라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슬프기는 하지만 창밖을 보며 편지를 써야지 비가 내린다고
유난히 까칠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있다. 어렸을 땐 그런 사람을 만나면 단순히 성격이 못됐다고 생각해 피하거나 맞받아 싸우거나 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도리 도마뱀은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받으면 목에 달린 주름 장식을 우산처럼 펼치고 있는 힘껏 입을 벌려 자신을 최대한 무서워 보이도록 만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Didn't know you had it in you to be hurt at all. 하지만 사나운 가면속에 두려움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쓸쓸하고 외로운 일이다.
알고 있었어 무슨 말인지 무슨 마음인지 다 알아 하루 더, 딱 하루만 더 미루고 싶었어 그래야겠지 결국 언젠간 제일 어려운 숙제를 해야지 마지막 인사가 이렇게 늦어서 미안 많이 보고 싶지만 널 다시는 만나지 않았음 좋겠어 아파 울지만 다신 너로 인해 웃지 않았음 좋겠어 한 움큼씩 나눴던 진심도 너무 쉬웠던 대답도 못 잊게 사랑한 여러 번의 계절도 안녕 모두 안녕 전부 알 것 같아도 더 이상의 이해는 없었음 좋겠어 묻고 싶지만 끝내 그 대답을 듣지 못했음 좋겠어 변함없이 정직한 두 눈도 약속한 겨울바다도 못 잊게 행복했던 어린 날의 나도 안녕 모두 안녕 안녕 모두
나는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고즈넉한 파도 소리와 짭조름한 바다 내음은 아주 어릴적부터 내 생활의 일부였다. 여섯살때 바닷가 해변에서 수영을 배웠고 초등학교때는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뗏목을 타고 놀기도 했다. 해질녘이면 방파제 근처를 산책하기도 했는데 곳곳을 기어다니는 수많은 갯강구들은 봐도봐도 적응이 되기는 커녕 내 팔뚝에 늘 닭살을 돋게 만들었다. 머리가 조금 커지고부터는 바닷가 모래 위에 앉아 음악 듣는걸 좋아했다. 어쩌다 해안가에서 뛰놀고 있는 꼬마의 움직임이 내 귀에 꼽힌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묘하게 들어맞을때면 마치 내가 영화속의 한장면에 들어와 있는것 같은 착각이 일곤 했다. 그 무렵 내가 다니던 학교는 마치 드넓은 정원 같았다. 여름이면 수많은 나무들이 초록빛으로 무성해지고 ..
그녀가 물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인가요? 난 그 질문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꼈었던 순간이, 그 짧았던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 뜨는게 행복했던 그 때.. 오늘 하루는 어떤 시간들로 채워질까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그 때..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직감했기에 난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시험을 보다가 이 시험은 망했다 직감한 순간 그냥 포기하고 나와버리고 싶은것처럼 삶을 살다가 내 인생은 답이 없다 느끼는 순간 다음 생을 기약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당신은 백조와 같군요. 수면 위의 모습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수면 아래의 발은 끊임없이 발버둥치고 있어요.
의욕이 솟구쳐 오르다가 한순간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희망이 불타오르다가 돌연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소소한 일들로 즐겁다가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무료해진다. 변덕쟁이.
나는 호남 출신이다. 소위 말하는 좌파의 이념이 가득한 곳에서 자라면서 은연중에 난 내 자신도 진보 세력에 속한다고 생각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사회인으로서의 가치관이 정립되고 뭔가에 대한 판단이 확고해질 때 즈음 난 나의 이념이 진보의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걸 알았고 때늦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그렇다면 나는 중도인가' 라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혼동스럽다. 오늘 아침, 뜻을 같이 하기로 한 동지들에게 끊임없이 질타를 당하다가 결국엔 팽당해버리고 만 어느 정치인의 글을 읽으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슬픔 비슷한 감정같은 것이 밀려와 하루종일 머릿속의 잡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멈추지 않는다. 내가 지지했던 후보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나 자신조차 알 수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