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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정미나 2014. 8. 7. 05:51

 

 

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도 좋아하지만

특히 그의 에세이를 매우 좋아한다.

허세없는 그의 생각과 솔직한 이야기도 좋고

무엇보다 그의 유머코드가 나와 잘 맞는다고나 할까..?

읽다보면 무슨 만화책 읽는마냥 키득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 새 나막신을 샀다며

    친구가 불쑥 찾아왔다.

    나는 마침 면도를 다 끝낸 참이었다.

    두 사람은 교외로

    가을을 툭툭 차며 걸어갔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이건 젊은 사람이 쓴 시군' 이라고 느꼈다.

실제로 1933년에 기야마 쇼헤이는 아직 스물아홉이었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새 신발을 샀다'며 친구가 불쑥 집에 오는 상황은

그리고 그걸 예사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아직 이십대의 것이니까.

나도 젊을 때는 그런 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없다. 유감스럽다고 해야 할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야, 새 리복을 샀어" 하고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오면 곤란할 것 같다.

예정된 스케줄도 있고 사정도 있을테니.

고등학생 시절, 심야에 책상 앞에 앉아 공부(인지 뭔지)를 할 때,

누가 돌멩이로 창문을 두드려 밖을 내다보면 친구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바닷가에 가서 모닥불 피우지 않을래?" 해서, 함께 바닷가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나무를 주워모아 불을 붙이고 별다른 얘기랄 것도 없이

둘이 모래사장에 앉아 몇 시간이고 그 불꽃을 바라보았다.

그 무렵에는 아직 효고 현 아시야 시에도 예쁜 자연 모래사장이 있었다.

모닥불은 몇 시간을 바라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렇게까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인생에서 그리 길지 않고,

심심할 때 놀아주는 사람도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이 기야마 쇼헤이의 시를 읽으면, 그 시대를 사는 듯한 기분이 들어

뭔지 모르게 좋다.

친한 누군가와 함께 '가을을 툭툭 차면서' 교외를 산책할 수 있다면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이 말복이라니 이제 곧 가을이 다가오겠지.

아마 가을을 툭툭 차면서 걷다가 찌찌를 만나게 될지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