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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시린 꽃봉오리에서 뜨거운 꽃이 열리듯 살아내는 것 자체가 가장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사랑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세상의 모든 길은 길이 끝난 그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일이 이토록 소중한 일일 줄이야. 그리고 그것이 삶일 줄이야.
기어이 너를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은 소금창고처럼 스르륵 허물어져 내리고 인생은 내내 이별 쪽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부질없어진다. 풍경은 우리를 어루만지지만 때로는 아득히 밀어낸다.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러할 터이니 그리 알고 있으면 그렇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인연도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할 수 없다. 노력하기 위해서는 좋아해야하고 좋아하면 즐겁고 즐거우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는 인연은 끝까지 가게 된다. 너를 만나게 된 것도 그러했다.
사랑은 바람이다. 분명히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잡으려고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마음이란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다. 마음은 바람과도 같아서, 당신은 그 움직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은것이다.
만약 지금 누가,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보장해 준다면 나는 안도감에 그 사람의 발치에 무릎을 꿇으리라. 그러나 행여 그렇지 않다면, 이 사랑이 지나가고 마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처럼 마냥 잠만 자고 싶으니 그의 전화벨 소리 따위 알아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나를 혼자 내버려둬 줬으면 좋겠다. 그런 불안감에 지친 마음으로 나는 그를 만난 지 일년 반이 되는 여름을 맞았다.
『 첫 눈에 보고 사랑에 빠졌다는건 지금 니 얼굴이나 니 몸매가 맘에 든다는 얘기거든. 근데, 사랑은 그렇게 순간적으로 풍덩 빠지는게 아니야. 그 사람을 알아보는 거지. 드디어 임자 만나는 거야.』 사랑.. 그 사람을 알아보는 것.. 내 인연임을 감지하는 것.. 처음 본 순간.. 우리 사랑하겠구나.. 느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