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최갑수 (8)
정미나닷컴
최갑수님을 알게된 것은 스물 여덟의 봄이었다. 여느 아침처럼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이현우의 음악앨범이었다. 이토록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는 나의 기억력이란..!) 그 때 DJ가 최갑수님의 글귀를 오프닝 멘트로 읽어줬었다. 그 책이 최갑수님의『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이었고 그때부터 나는 최갑수님을 좋아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삶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우연히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알게 되고 또 좋아하게 되고 그렇게 그것을 좇아가다 보면 삶이 그쪽으로 흘러가게 되는.. 『나는 풍경이 사람을 위로해 준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나 누군가의 거짓말 때문에 마음을 다쳤을 때, 우리를 위로하는건 풍경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풍경이 지닌 이런 힘을 알기 때문이다. 아..
『 기차를 좋아한다. 기차가 들어올 때, 삐익- 하고 울리는 기적 소리를 좋아한다. 그 소리는 항상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문이 열리면 잠시 소란스워지는 역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후, 텅 빈 역에 층층이 쌓이는 고요를 좋아한다. 의자의 덜컹거리는 그 느낌이 좋고 시큼한 시트 냄새가 좋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이 좋다. 아득히 흘러가는 철로를 바라보는 것도 좋아한다. 구름이 잠시 머물다 가고 햇빛이 쏟아져내리는 역의 지붕을 좋아한다. 밤의 역을 좋아한다. 밤이면 역은 눈동자처럼 외로워진다. 사람이건 계절이건 바람이건 약속이건 기다리는 일은 무조건 외롭고 외로운일. 그 맑고 명징한 외로움을 좋아한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차에 올라타는 그 순간이다. 너를 만나러 가는 그 순간이다..
우리에게는 별을 보다가 잠이 드는 그런 순간이, 일생에 한 번쯤은 필요하다. 따뜻한 봄날이 되면 별을 보다 잠이 들어보아야겠다.
겨울 시린 꽃봉오리에서 뜨거운 꽃이 열리듯 살아내는 것 자체가 가장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사랑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세상의 모든 길은 길이 끝난 그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일이 이토록 소중한 일일 줄이야. 그리고 그것이 삶일 줄이야.
루앙프라방에서 잘 놀 것입니다. 자전거를 빌려 동네 여기저기를 쏘다닐 겁니다. 지치면 아무 카페에 들어가 워터멜론 셰이크를 마시며 친구들에게 엽서를 쓰겠지요. 저녁이면 메콩강의 적자색 노을 속에 앉아 모차르트나 멘델스존을 들으며 수전 손택과 롤랑 바르트를 읽을 것입니다. 가끔 현지인들과 어울려 독한 술을 밤새 마시기도 하겠지요.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의 모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올 여름 휴가를 못가는 나를 위해 내가 선물한 책. 흠.. 내년 여름엔 루앙프라방에 가볼까나..? 훗~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시간을 흘려보낼 권리가 있는 곳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목요일의 루앙프라방
기어이 너를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은 소금창고처럼 스르륵 허물어져 내리고 인생은 내내 이별 쪽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부질없어진다. 풍경은 우리를 어루만지지만 때로는 아득히 밀어낸다.
『 첫날 아침, 후다닥 깼는데, 아차! 늦잠을 잤구나 조마조마해하며 창문을 열었는데, 바다인 거야. 햇살이 나비처럼 내려앉고 있더라고. 그제야 알았지. 난 여행을 떠나온 거야. 눈물이 핑 돌더라고. 글쎄.』 작가가 여행을 하며 보고 느낀것을 담아놓은 포토에세이. 콩나물시루처럼 복잡하고 꽉찬 지하철 안에서 이 책으로 인해 난, 잠시나마 어디론가 떠나있는 환상에 젖을 수 있었다지~ 후후.. 작가가 삶의 외로운 면만을 부각시켜놓은듯 해 그게 좀 걸리긴 하지만 뭔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문장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나름 괜찮은 책인듯.. 『 여행은 홀연했다. 바람이 불어오면 떠났고 비가 그치면 길을 나섰다.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당연했으며 그렇기에 맹목적이었다. 돌아오겠다는 기약 따위는 없었다. 위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