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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 그 옛날 날 설레게했던 동네가 고단한 일터로 변하기도 하고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것 같았던 누군가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흘러간다. 『매순간 예상치 않았던 낯선 곳에 당도하는 것이 삶이고, 그곳이 어디든 뿌리를 내려야만 닥쳐오는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어. 그리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꿈만이 가까스로 그 뿌리를 지탱해준다고 한들 그것이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건 아닐 테지. 』 매순간 예상치 않았던 낯선 곳에 당도하긴 했지만 내 인생에서 그것은 어느 정도 의도된 바였다. 스스로를 낯선 곳에 떨구어 놓고 내가 아닌 남의 시선으로 나 자신을 관찰하는 것은 나름 중독성이 있다. 『딴 눈송이들과 헷갈리..
『 어느 날 갑자기 불행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고 서로를 마냥 보듬어주기만 하는 가족은 없다. 가족 구성원들은 분열하고 싸우고,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라 몹시 바쁘다.』 너무도 역겨워 누구나 감추고 싶어하는, 그러나 잔인하리만치 현실적인 우리의 이기적인 내면에 대해 이야기한 소설. 씁쓸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가족의 이야기. 『 누가 뭐라 해도 결단코 바뀌지 않는 것을 진실이라고 부를까? 알 수 없었다. 세상은 진실의 외피를 둘러쓴 악의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아이가 짐작하는 건 겨우 그뿐이었다. 타인을 겨냥한 악의는 어쩌면 입구를 단단히 동여맨 풍선 같았다.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쪼그라들지 않았다. 뻥 터져버리는 순간을 기다리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아이는 바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