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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너는 모른다』

정미나 2010. 6. 20. 10:26



『 어느 날 갑자기 불행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고 서로를 마냥 보듬어주기만 하는 가족은 없다.
    가족 구성원들은 분열하고 싸우고,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라 몹시 바쁘다.』

너무도 역겨워 누구나 감추고 싶어하는,
그러나 잔인하리만치 현실적인
우리의 이기적인 내면에 대해 이야기한 소설.
씁쓸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가족의 이야기.

『 누가 뭐라 해도 결단코 바뀌지 않는 것을 진실이라고 부를까?
    알 수 없었다.
    세상은 진실의 외피를 둘러쓴 악의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아이가 짐작하는 건 겨우 그뿐이었다.
    타인을 겨냥한 악의는 어쩌면
    입구를 단단히 동여맨 풍선 같았다.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쪼그라들지 않았다.
    뻥 터져버리는 순간을 기다리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아이는 바닥을 보고 걷는 때가 늘어났다.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오빠에게도 친구에게도
    아무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입술을 열면 예기치 못한 말들이 딸려나올까봐서
    혀를 동그랗게 오므렸다.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 말들을
    작은 어금니로 오독오독 깨물었다.』

작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었다.
애정어린 말 한마디, 진심어린 칭찬이 듣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수없이 소외감을 느끼고,
끊임없는 질타를 받고,
종종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으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상처받고 아물기를 쉼없이 반복하며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나는 너를 모르고,
너는 나를 모르기에
우리는 모두 외로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