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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동안 - 재주소년
『 기차를 좋아한다. 기차가 들어올 때, 삐익- 하고 울리는 기적 소리를 좋아한다. 그 소리는 항상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문이 열리면 잠시 소란스워지는 역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후, 텅 빈 역에 층층이 쌓이는 고요를 좋아한다. 의자의 덜컹거리는 그 느낌이 좋고 시큼한 시트 냄새가 좋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이 좋다. 아득히 흘러가는 철로를 바라보는 것도 좋아한다. 구름이 잠시 머물다 가고 햇빛이 쏟아져내리는 역의 지붕을 좋아한다. 밤의 역을 좋아한다. 밤이면 역은 눈동자처럼 외로워진다. 사람이건 계절이건 바람이건 약속이건 기다리는 일은 무조건 외롭고 외로운일. 그 맑고 명징한 외로움을 좋아한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차에 올라타는 그 순간이다. 너를 만나러 가는 그 순간이다..
일기
2011. 3. 4. 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