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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는 잡다한 생각들 본문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심리 자체가 매우 복합적이고 복잡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매일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 사는 우리가 매번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을
세밀하게 살펴본다는 것은 참으로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늑대소년이란 영화를 뒤늦게 보았다.
그런데 보는 내내 유독 '지태'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쓰였다.
단순히 보면 그는 그냥 버릇없고 이기적이고
주인공들의 사랑을 훼방 놓는 망나니일 뿐이지만
'그가 왜 저런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에 주목해보니
그가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졌다.
사실상 그 영화의 등장인물 중에서 그를 진심으로 좋아해주거나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그가 늑대소년의 공격에 죽었을 때조차도
사람들은 그에게 관심을 갖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과는 다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주변에도
비슷한 이유로 삐뚫어져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모든 박해자는 한 때 희생자였다' 라고 밀러는 말했다.
우리의 여주인공이 조금만 그를 따뜻하게 대해 주었더라면,
조금만 그를 이해하려 애쓰고 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어땠을까..
점점 재미 없어지는 영화를 관람하며 혼자 잠시 딴생각을 해보았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요즘 온갖 관련 기사들과 지지자들의 댓글로
인터넷이 참으로 시끄럽다.
물론 우리는 투표를 해야하는 입장이니
후보자들 중 누구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더 부합하는지,
누가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마땅한 인물인지를 판단하고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또한 의무이겠지만
왜 굳이 나서서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비난하고, 욕하고
심지어는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것인지 난 잘 모르겠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자신과 같은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무조건 우매하고 어리석으며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는 행태들이다.
자신의 생각이 100% 옳은 것이라고 여기는 마음은 어떤 근거에 기인한 것일까.
사람이 가지는 심리적 방어기제 중 분열(splitting)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기와 남들의 이미지, 자기와 남들에 대한 태도를 무의식적으로
'전적으로 좋은 것'과 '전적으로 나쁜 것'으로 나누어 버리는 방어기제이다.
마치 '우유와 독약을 섞으면 우유마저 마실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분리해서 보관하는 것' 같은 논리인데
어쩐지 요즘 나타나는 정치적, 이념적 분열 현상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주 수업에서 '가시 돋친 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로부터 너무 자주, 혹은 심한 상처를 입었는데 그의 아픔을 이해해주는 친절한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상처를 입은 사람은 자기가 받은 가시 돋친 공을 다른 사람에게 던지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우리는 너나 할 것없이 사회로부터 너무 자주, 혹은 심한 상처를 입었고
그래서 우리의 아픔을 이해해주는 친절한 사람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내가 뽑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든, 뽑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든 그 사람이 상처 입은 우리를 잘 보듬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분노한 우리들이 가시 돋친 공을 또다시 어딘가로 던져버리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