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4)
정미나닷컴
『 기차를 좋아한다. 기차가 들어올 때, 삐익- 하고 울리는 기적 소리를 좋아한다. 그 소리는 항상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문이 열리면 잠시 소란스워지는 역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후, 텅 빈 역에 층층이 쌓이는 고요를 좋아한다. 의자의 덜컹거리는 그 느낌이 좋고 시큼한 시트 냄새가 좋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이 좋다. 아득히 흘러가는 철로를 바라보는 것도 좋아한다. 구름이 잠시 머물다 가고 햇빛이 쏟아져내리는 역의 지붕을 좋아한다. 밤의 역을 좋아한다. 밤이면 역은 눈동자처럼 외로워진다. 사람이건 계절이건 바람이건 약속이건 기다리는 일은 무조건 외롭고 외로운일. 그 맑고 명징한 외로움을 좋아한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차에 올라타는 그 순간이다. 너를 만나러 가는 그 순간이다..
기어이 너를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은 소금창고처럼 스르륵 허물어져 내리고 인생은 내내 이별 쪽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부질없어진다. 풍경은 우리를 어루만지지만 때로는 아득히 밀어낸다.
『 첫날 아침, 후다닥 깼는데, 아차! 늦잠을 잤구나 조마조마해하며 창문을 열었는데, 바다인 거야. 햇살이 나비처럼 내려앉고 있더라고. 그제야 알았지. 난 여행을 떠나온 거야. 눈물이 핑 돌더라고. 글쎄.』 작가가 여행을 하며 보고 느낀것을 담아놓은 포토에세이. 콩나물시루처럼 복잡하고 꽉찬 지하철 안에서 이 책으로 인해 난, 잠시나마 어디론가 떠나있는 환상에 젖을 수 있었다지~ 후후.. 작가가 삶의 외로운 면만을 부각시켜놓은듯 해 그게 좀 걸리긴 하지만 뭔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문장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나름 괜찮은 책인듯.. 『 여행은 홀연했다. 바람이 불어오면 떠났고 비가 그치면 길을 나섰다.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당연했으며 그렇기에 맹목적이었다. 돌아오겠다는 기약 따위는 없었다. 위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