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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삶을 살 것인가?

정미나 2008. 1. 13. 23:40
누구의 삶을 살 것인가?

내겐 변치 않는 꿈이 있다. 내 삶의 주인으로, 내 운명의 주재자로 살아가고픈 꿈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삶은 질색이다. 구멍가게의 주인, 무인도의 제왕이 되더라도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인생을 영위하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나는 변호사, 투자금융가, 전문경영인의 삶을 4년 만에 끝냈다. 내 고유의 일을 찾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미디어그룹의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로 있는 지금도 나는 매일 새로운 일에 대한 꿈을 꾼다. 파괴와 재창조에 관한 꿈이다.

톰 피터스는 현존하는 화이트컬러 직종의 80%가 15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제레미 러프킨 역시 20년 후 현재 노동 인구의 5%만이 필수인력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한다. 실제 미국의 노동인력 중 500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약 2천만 명이 ‘프리랜서’이고, 5천만 명 이상이 ‘비전통적’인 직종에 종사한다. 심지어 직장 생활의 끝은 평균 47세라고 한다. 재수, 삼수 끝에 들어간 직장이지만 20년 후면 끝이다. 남은 30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이고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의 중심에 내던져진 사람들이다. 우리의 세계는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모든 상상이 가능한 곳, 즉 통계의 범주에서 벗어나 고유한 삶을 구상할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젊음이 남아있는 지금, 취업을 갈망하며 소일할 것인지, 아니면 창업을 위해 취향의 깊이를 더하고 기술을 습득하며 보낼 것인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철밥통을 찾아 헤매기 보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를 억누르고 남이 덜 다닌 길을 찾기 위한 상상과 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직장노예의 삶’과 대비되는 ‘프리에이전트의 삶’에는 창업과 프리랜서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천 명이 우글대는 직장에서 나만의 드라마, 나만의 무대를 발굴할 수도 있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고 나의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영역을 찾아 기업 속의 ‘개인 주식회사’가 되는 것이다. 10-20년이 아니라 50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획과 업무를 찾아낸다면 직장생활의 안락함과 프리에이전트의 자유를 동시에 누릴 수도 있다. 최소한 따스한 내 등에 비수가 꽂히는 일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은 B(Birth)에서 시작되어 D(Death)로 끝난다고 한다. 삶은 결국 B와 D 사이의 C(Choice)인 것이다. 취업시장의 변화는 가히 파괴적이다. 우리는 곧 맞닥트릴 노동시장의 해체에 대비해야 한다. 물론 ‘개인 주식회사’의 삶은 잘못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큰 잘못 없이 사는 삶이란 동시에 크게 잘된 것도 없는 삶을 말한다. 타인과 환경에 이끌려 살아가는 삶, 고만고만한 인생일 뿐이다. 이제 모험은 선택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의무이다. 세상이 쥐어 준 끈을 잡고 있지 말고 내 운명의 끈을 좇아 뛰어내릴 준비를 하라.


-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대표이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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