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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우리가 가진 수많은 것들

정미나 2009. 9. 5.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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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수많은 것들.
하루를 보내면서 내가 지니게 되는 것들은
나에게서 선택받은 것들이다.
여러 안경 중에서 자주 손이 가는 안경.
여러 스킨 로션 중에서 유난히 자주 바르게 되는 스킨 로션.
또 여러 양말 중에서도 너무 자주 신어 구멍 날 지경이 된 양말.
"당신은 왜 그것만 입고 다니죠?"
"당신은 왜 그 사람하고만 다녀요?"
하고 묻는다면 글쎄,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그것들은 내 자신과 나란히 있기 때문이다.
내 내부를 닮아 있고,
그래서 나를 드러내 주기 때문에 한없이 편안한 그 '무엇'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궁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연?
아무튼 우리는 그 '무엇' 때문에 살 수 있고 또 살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이렇게 묻는지도 모른다.
어떤 색을 좋아하느냐고,
어떤 스타일의 사람을 좋아하느냐고,
또 뭘 하는 걸 좋아하느냐고.
그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들,
그 사람이 가진 수많은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그 사람을 지우거나, 아니면 외우거나 한다.

- 유희열 삽화집 [익/숙/한/그/집/앞]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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