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나닷컴

[부동산]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본문

재테크

[부동산]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정미나 2010. 7. 28. 11:22

부동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부를 이루기 쉬운 시대가 있었다. 부동산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쓸데없이 많이 보유한다고 해서 부를 이룰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고스톱에서 '많이 먹었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똘똘한 놈 세 장만 있으면 3점 난다'는 진리는 부동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래의 블루칩 아파트 한 채와 매달 현찰이 쏟아지는 수익형 부동산 한 채 등 똘똘한 부동산 두 채만 있으면 여러분들이 원하는 부동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주택은 투자 대상이기 전에 소중한 내 가족이 희망과 행복을 가꿔나가는 거주공간이다. 삶의 공간을 사재기한다면 누군가는 그 때문에 고통 받게 된다. 아무리 아름다운 정원이라도 품 안에 있지 않으면 가치가 덜하다. 거주할 수도 없는 집을 여러 개 보유하느니 똘똘하고 아름다운 집 한 채를 거주하면서 가꿔나가는 것이 사회를 밝게 할 뿐만 아니라 투자 가치 면에서도 유리하다.
과거에는 대출과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하나 더 구입하는 것이 재산 증식 면에서 유리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출 이자를 내고서도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출 이자는 늘어나고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줄어들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구입했다가는 이자 갚기도 힘든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40대 혹은 50대에 접어들었을 때 사위나 며느리가 인사 와도 '쪽팔리지 않을' 정도의 집 한 채 장만했다면 이때부터는 매달 현찰이 꼬박꼬박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을 장만하도록 해야 한다. 정년이 앞당겨지고 수명이 연장되어 노후재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적 공통의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또한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은 줄어드는 경기의 불확실성이 가중됨에 따라 부수입원 창출이 더욱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실이 없고 임대료가 높은 수익형 부동산의 가치는 더욱 높아져 가격 역시 상당한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갈아타는 전략과 다다익선의 투자 결과는?

블루칩 아파트들은 좋은 지역, 즉 미래가치가 높은 지역에 위치하고 브랜드가치와 단지 내 여건이 우수한 아파트들을 말한다. 그 지역의 챔피언 자리에 군림하면서 가격을 주도해나가는 랜드마크로서 불황일 때에도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고 호황기일 때는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다. 때문에 불황일 때라도 매물이 잘 나오지 않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똘똘한 집 한 채로 갈아타라'는 말은 이제 캠페인이 아니라 투자원칙이 되었다. 열 아들 뼈
빠지게 길러봐야 취직도 안 되고 속 썩일 바엔 잘 키운 딸 하나가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법이다. 대출이나 전세 끼고 열 채 사 놓으면 뭐 하는가. 블루칩 아파트가 아니면 대출 이자는 오르는데 집값은 오르지 않아 시세 차익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데다 손절매 하려고 해도 잘 팔리지 않아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다.
블루칩 아파트만을 구입해서 3년 보유의 비과세 요건(서울, 과천, 분당, 일산, 산본, 중동은 2년 거주 포함)을 갖춘 뒤 갈아타는 전략을 구사하는 나똘똘씨와 대출을 극대화해 다다익선을 고집하는 사재기씨의 투자 결과를 분석해 보자.
나똘똘씨는 처음 내 집 마련 시기에는 자금이 2억 5,000여 만 원으로 서울에 입성하려면 좋지 않은 지역의 좋지 않은 브랜드 아파트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비록 25평형이지만 블루칩 아파트 구입이 가능했다. 그는 출퇴근도 힘들고 적은 평형이라 갑갑했지만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출을 7,000만 원 정도 받아 수도권 블루칩을 구입했다. 여기서 3년 비과세 요건이 될 때까지만 버티면 서울 강북의 블루칩 아파트로 갈아탈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3년이 지나자 이 블루칩 아파트는 30%의 상승을 기록했고 그간 모은 돈을 합쳐 4억 5,000여만 원의 자금으로 비록 강북이지만 서울 입성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가 아파트를 고르는 요령은 간단했다. 유명 브랜드는 기본이고 최소한 300세대 이상의 규모여야 하고 평탄한 대지에 지어진 단지라야 했다. 주변에 백화점이나 대형 병원, 고등학교가 있어야 하고 지하철역에서 마을버스 10분 이내 거리여야 했다. 5년 이내에 지하철 개통이나 백화점 신축 등 대형 호재가 있으면 금상첨화. 이런 단지들 주변은 상권이 잘 발달돼 있고 대형 음식점 등이 즐비하다. 단지 내 주민들은 젊은 부부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표정이나 옷차림이 밝고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한 마디로 말해 돈이 흘러가는 물줄기인 것이다.
다시 3년의 비과세 요건을 갖추자 나똘똘씨의 아파트는 6억 원으로 올랐고, 그는 그 간 모은 자금과 약간의 대출을 더 받아서 7억여 만 원으로 강북 노른자위 입지의 33평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강남에도 입성할 수 있었으나 챔피언을 살 자금은 되지 않아 그는 눈물을 머금고 다음을 기약했다. 다시 3년 후 10억 원으로 상승한 아파트를 비과세로 팔고(비과세라도 양도가액 9억 원 이상은 세금을 내야 하지만 세금이 200여만 원에 불과함) 마침내 강남의 블루칩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이제 나똘똘씨에게 남은 목표는 노후재테크를 위한 수익형 부동산 구입이었다.

사재기씨는 똑같은 종자돈 2억 5,000만 원으로 대출을 50%씩 받아 집을 두 채 구입했다. 그는 자금이 모자라면 수도권의 블루칩 아파트에 눈을 돌려야 함에도 서울을 고집한 나머지 별로 좋지 않은 지역의 별로 좋지 않은 브랜드를 역세권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입했다. 3년이 지나자 그의 아파트는 각각 20% 정도씩 상승했다. 하지만 거주하지 않아 비과세 요건을 갖추지 못한 데다 2주택 중과세에 해당돼 세금을 제외하면 시세 차익은 겨우 2,500여만 원에 불과했다. 대출 이자 2,000만 원을 제외하면 헛장사한 셈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가격이 더 오를 때가지 기다리기로 하고 1억 원을 부모님으로부터 빌리고 대출을 합쳐 2억 원짜리 다세대를 하나 더 구입했다.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 사업 추진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믿은 것이다. 집이 세 채나 되어 마음은 부자가 됐지만 그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맞벌이 부부라서 월급이 꽤 많은 편이지만 한 달에 대출 이자로만 180만 원 가까이 나갔기 때문이다. 사재기씨는 언젠가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믿음 하나만으로 버텨나갔다.
다시 3년이 지나자 재개발예정지역의 다세대가 50% 가까이 올랐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조합설립 인가가 나면서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사재기씨는 득의의 미소를 띠며 '거 봐, 내가 뭐랬어?' 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양도하려고 하니 3주택 중과세에 해당돼 세금만 6,000여만 원을 내야 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나머지 아파트 두 채를 먼저 처분하기로 했다. 그 아파트들도 6년 간 오르긴 했지만 40%의 상승률을 기록해 다세대보다는 시세 차익이 적었기 때문이다.
한 채는 60% 중과세, 나머지 한 채는 50% 중과세를 내고 대출금을 갚은 뒤 그가 손에 쥔 금액은 3억 4,000만 원. 2억 5,000만 원을 투자해서 9,000만 원을 번 것이다. 하지만 6년 간 지불한 대출 이자 9,000만 원을 제외하면 순소득은 없다는 것을 알자 그는 후회가 막급이었다. 그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똘똘한 집 한 채로 갈아타야 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러나 다세대 주택은 거주 기간을 채우지 않아 양도세가 무려 2,000여만 원이나 나왔다.
대출금과 부모님께 빌린 돈을 갚으니 겨우 8,000만 원이 손에 남았다. 그는 이 돈에 아파트 두 채 판 돈을 합쳐 4억 2,000만 원으로 서울에 33평형 아파트를 찾다가 포기했다. 그들이 원하는 지역은 턱없이 돈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또 대출을 전처럼 50%씩 받을 수는 없었다. 그간 대출 이자 갚느라 생활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는 확률 게임이 아니다

똑같이 2억 5,000만 원으로 시작한 나똘똘씨와 사재기씨의 결과를 과소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6년 후 나똘똘씨는 약간의 대출만 받고서도 7억여 원의 아파를 구입할 수 있었지만 사재기씨는 무리한 대출을 받아도 7억여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나똘똘씨는 강남 입성의 디딤돌을 놓았지만 사재기씨의 강남 입성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나똘똘씨는 이제 노후를 위해 매월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부동산에 관심을 돌릴 수 있지만, 사재기씨는 노후재테크를 고민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게다가 그들이 살아온 삶을 따져보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나똘똘씨는 대출 이자 부담 없이 자기 집에서 편안한 거주를 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사재기씨는 매월 엄청난 대출 이자를 감당하느라 늘 쫓기는 삶을 살아야 했다. 나똘똘씨는 1주택자라 주택 시장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아도 큰 걱정이 없었지만 사재기씨는 행여 부동산 시장이 나빠질까 봐 늘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양도세 중과세가 철폐될 때까지 버티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정책에 맞서지 말고 잘 활용하라는 말이 있다. 양도세 중과세 제도가 없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양도세 중과세 제도가 실시된다고 발표되면 미리 양도해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버텨서 양도세 중과세 제도가 철폐되면 이익이 커질까. 기회비용과 그간의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남는 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주택 시장이 더 좋아져서 큰 이익을 낼 수도 있지 않은가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대출 이자를 상쇄하고도 많이 남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는 확률 게임이 아니다. 승산이 확실해야만 투자해야 한다. 대출 이자를 부담하고도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 호황기가 다시 올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기 회복은 불확실하고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장밋빛이 아니라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돈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한 삶이다. 주택은 투자 대상이기 전에 우리 가족들이 행복한 삶을 가꾸어나가는 소중한 거주공간이다.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영위하면서도 재테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갈 이유가 있을까?       

[장인석]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