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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명진이

정미나 2012. 4. 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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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내 짝꿍이었던 명진이.

 

어느날 나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겠다며

자기 자전거를 가지고 우리집까지 찾아왔었는데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내가 거만을 떨며 내리막길에서 과속을 하다

주차되어 있던 차를 박아버렸다.

자전거가 주차된 차를 박았으니 별로 큰 일도 아니었지만

어린 마음에 차 주인에게 혼이 나진 않을까,

행여 경비아저씨가 보진 않았을까

조마조마 무서운 마음이 들었는데

급하게 뛰어온 명진이가 차를 살펴보며 나에게 얘기했다.

 

"안 다쳤어? 기스는 안난 거 같애.

어차피 우린 공범이니까 혹시 문제 생기면 나한테 말해."

 

나의 불안한 마음을 읽었던 걸까.

공범이라는 말을 저렇게 쉽게 해주다니.

분명 나혼자 잘난척하다가 나혼자 박은건데..

날 울컥할만큼 감동시킨 한마디.

우린 공범이니까.. 우린 공범이니까..

 

 

그 뒤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난

명진이 같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책임을 회피하고 남에게 떠넘기기 바쁜 사람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들.

누군가는 상처를 주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겠지만

어쩔수 없다라는 말로 반복되는 상황들.

 

 

가끔씩 그날의 명진이가 많이 그립다.

아마도 

그때 명진이가 가르쳐준건

자전거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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