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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꿈과 책과 힘과 벽 - 잔나비

정미나 2019. 6. 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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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시절 나의 하교 시간은 밤 12시 30분이었다.
늘 저녁을 먹고 7시부터 5시간 반 동안은 
꼼짝없이 교실에 갇혀 반강제적으로 공부를 해야했다.
그 당시 학교에서 10분 정도 걸어나가면 바다가 나왔는데
아주 가끔 야자를 땡땡이 치고 바다를 보러 갔었다.
워크맨에 좋아하는 테잎을 꽂아 들고
음악을 들으며 바라보던 밤바다는
미래에 대한 설렘과 불안함과 현재의 고달픔을 모두 담고 있었다.

그냥 이 노래를 듣는데
그 시절의 숱한 밤들이 떠올랐다.
그 때의 난,
내가 스무살이 되고 서른살이 되면
매우 의젓한 어른이 돼 있을 줄 알았지.
하지만 마흔이 가까워가는 지금도 난
그 때와 별반 다른것 같지 않다.

나는 여전히 많은 것들이 두렵고 무섭다.



해가 뜨고 다시 지는 것에
연연하였던 나의 작은방
텅 빈 마음 노랠 불러봤자
누군가에겐 소음일테니
꼭 다문 입 그 새로 삐져나온
보잘것 없는 나의 한숨에
나 들으라고 내쉰 숨이더냐
아버지 내게 물으시고
제 발 저려 난 답할 수 없었네

우리는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
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이야
더는 못 갈 거야

꿈과 책과 힘과 벽 사이를
눈치 보기에 바쁜 나날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무책임한 격언 따위에
저 바다를 호령하는 거야
어처구니 없던 나의 어린 꿈 
가질 수 없음을 알게 되던 날
두드러기처럼 돋은 심술이
끝내 그 이름 더럽히고 말았네

우리는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
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이야
더는 못 간대두
멈춰 선 남겨진
날 보면
어떤 맘이 들까
하루하루가 
참 무서운 밤인 걸
잘도 버티는 넌
하루하루가 
참 무서운 밤인 걸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하루는 더 어른이 될 테니
무덤덤한 그 눈빛을 기억해
어릴 적 본 그들의 눈을
우린 조금씩 닮아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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