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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나닷컴
『확실해? 봄이 오면 다른 사람 돼 있는거. 추앙하다보면 다른 사람 돼 있을거라며.. 한번도 안 해봤을거 아니예요. 난 한번도 안 해봤던 걸 하고나면 그 전하고는 다른 사람이 돼 있던데..』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무렵 화창했던 어느날 아침, 눈을 뜬 후 차 한잔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가서 하얀색 페인트와 젯소와 붓을 샀다. 집으로 돌아와 오래된 가구들에 사포질을 하고 젯소를 칠한 뒤 말리고 페인트를 바르고 또 말리고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며칠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말도 내뱉지 않고 그렇게 묵묵히 페인트만 칠했다. 뭔가 변화하고 싶었다. 그때의 나도 드라마 속의 미정이처럼 무언가 보이지 않는 틀 속에 갇혀있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걸 깨고 나오고 싶었던 것 같다. ..
『첫 만남, 첫사랑, 첫눈, 처음 학교 가던 날, 첫 월급..., 우리는 대부분 첫 순간을 잘 기억한다. '처음'의 순간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분명하고 저마다 거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마지막'은 잘 모른다.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음은 늘 지나서야 깨닫기 때문이다. "아, 그게 끝일 줄 몰랐지" 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것처럼.』 언젠가부터 누군가의 부고를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은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 어떤 기분이었을까를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마지막 순간의 상황들에는 여러 배경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내게 가장 쓸쓸하게 느껴지는 배경은 홀로 남겨져있는 병실이다. 뭔가 한 사람의 길고 거대한 역사가 너무나 초라하게 막을 내려버리는 느낌이랄까..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