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기 (371)
정미나닷컴
이주 전, 루비콘 안에서 쪽잠을 잔 뒤부터 오른쪽 어깨가 아팠었는데 원래대로라면 하루 이틀 후 나도 모르는 새 괜찮아졌어야 할 근육통이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는 바람에 난생 처음으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나이를 먹으니 이제 회복도 이리 더딘 것이냐.) 딱히 아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맹꽁이 등교 시키고 학교 근처 병원을 네이버 지도 보고 찾아갔는데 오.. 입구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아니, 진료시간이 새벽 6시부터가 아니겠어요? 나도 나름 아침형 인간이라 자부하는데 이렇게 나보다 더한 새벽형 인간을 마주할 때면 뭔가 경외감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차를 드시고 계시는 백발의 의사 선생님이 보였다. 음.. 뭔가 백발이고 한방 냄새가 나는 차를 들이키고 계시고.. 절..
『확실해? 봄이 오면 다른 사람 돼 있는거. 추앙하다보면 다른 사람 돼 있을거라며.. 한번도 안 해봤을거 아니예요. 난 한번도 안 해봤던 걸 하고나면 그 전하고는 다른 사람이 돼 있던데..』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무렵 화창했던 어느날 아침, 눈을 뜬 후 차 한잔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가서 하얀색 페인트와 젯소와 붓을 샀다. 집으로 돌아와 오래된 가구들에 사포질을 하고 젯소를 칠한 뒤 말리고 페인트를 바르고 또 말리고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며칠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말도 내뱉지 않고 그렇게 묵묵히 페인트만 칠했다. 뭔가 변화하고 싶었다. 그때의 나도 드라마 속의 미정이처럼 무언가 보이지 않는 틀 속에 갇혀있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걸 깨고 나오고 싶었던 것 같다. ..
어제부로 근 6년동안 다녔던 회사에 퇴직원을 제출하고 모든 퇴사 절차를 마무리 했다. 사실 이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한 건 작년 여름쯤 부터였는데 계속 다니고 싶은 마음과 새로운 곳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하루하루 변덕을 부려 결국 작년 말이 되어서야 실행에 옮겨지게 되었다. 취업이란 것은 타이밍과 운, 그리고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삼박자가 맞는 곳이 나타나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내가 퇴사를 했다는 것이 좀 실감이 안 난다고나 할까.. 다니던 회사에 처음 퇴사를 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후로 이러 저러한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처음엔 고달픈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또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잘가라고 했어도 서운했을것 같아서 지금은 뭔가 잡아주시..
『 자신이 정말로 맞는 분야를 찾는 과정에서 소비하는 시간은 값진 시간이다.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내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잘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할 때 재미있는지, 그 기회를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지난 2022년 1월 12일은 이번 생에서 맞이하는 40번째 생일이었다. (한국 나이로 41살이 되었으니 이제 빼박인 것이다...) 사실 2021년 마지막 날에 한 해를 마감하는 소감을 적고 싶었는데 이것 저것 신경쓸 것들이 많아 일기를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변명해 본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면 작년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다. SQL 관련하여 코드라이언에서 온라인 강의를 출시했고 시대고시 출판사를 통해 책도 출간했다..
아이와 함께 주말에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종합운동장역에서 잠실역으로 가는길- 잠실역에 다 와서 내리자고 했더니 지하철에서 한강을 보고싶다고 했다. 음.. 어쩌지.. 하다가 그래, 그럼 좀 더 가보지 뭐 하고 강변역까지 갔다. 지하철에서 한강을 바라보면서 "근데 한강이 왜 보고싶었어?" 물으니 아이가 대답했다. "너무 멋있어서" 짜식.. 낭만적인 사내로구만.. 훗.
예전의 나는 늘 떠나는 입장이었는데 근래들어 부쩍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는 입장이 되다보니 문득 과거에 나를 떠나보냈던 이들의 마음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게 된다. 그때의 나는 철이 없게도 떠나고 나서 펼쳐질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느라 그들의 아쉬운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떠난 후에도 날 잊지 않고 가끔씩 전화해 안부를 묻던 그들의 마음에 나는 너무나 사무적으로 응답했던 게 아니었나 조금 마음이 쓰인다. 그동안 내가 떠나온 많은 곳과 그곳에 있던 사람들.. 그립고 많이 보고싶다.
아침에 출근해보니 내 자리에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블라인드를 한껏 올리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풍경과 너무나도 딱 어울리는 재주소년의 음악를 들으며 하루종일 즐코 👩🏻💻 구름마냥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하루-* 2021년 초여름의 어느날
초등학교, 정확히는 국민학교를 다녔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다보면생각나는 친구들이 몇몇 있다.그 중 가장 날 미소짓게 만드는 친구였던 하나.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당시 그 아이의 집안 형편이 썩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되는데이건 지금 나의 생각이 그렇다는 거고 사실 그 나이때의 우리는 그런것들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다.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판단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우리집보다 학교에서 가까웠던 하나네 집을 나는 뻔질나게도 드나들었는데그때마다 부스스한 머리로 반갑게 맞아주시던 어머니와왕왕거리며 달려들던 자그맣던 강아지와뭐가 그리도 좋았는지 끊임없이 깔깔거리며 같이 먹던 라면이마치 하나의 장면처럼 고스란히 기억속에 남아있다.신기하게도 학교 앞에서 몇백원에 팔던 병아리가하나네 집에만 가면 닭이 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