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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남 출신이다. 소위 말하는 좌파의 이념이 가득한 곳에서 자라면서 은연중에 난 내 자신도 진보 세력에 속한다고 생각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사회인으로서의 가치관이 정립되고 뭔가에 대한 판단이 확고해질 때 즈음 난 나의 이념이 진보의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걸 알았고 때늦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그렇다면 나는 중도인가' 라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혼동스럽다. 오늘 아침, 뜻을 같이 하기로 한 동지들에게 끊임없이 질타를 당하다가 결국엔 팽당해버리고 만 어느 정치인의 글을 읽으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슬픔 비슷한 감정같은 것이 밀려와 하루종일 머릿속의 잡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멈추지 않는다. 내가 지지했던 후보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나 자신조차 알 수가 없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난 사실 이 문장을 참 감명깊게 읽었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왔던 이 말이 어쩌다 박근혜의 입에서 튀어나와 이렇게 세간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돼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문장 자체로만 놓고보면 매우 근사한 말 아닌가. 무언가 억울하다. 오바마가 저 말을 했었어야 하는데.. 쩝..
한강인 줄 알고 바라보던 것이사실은 한강이 아니었음을 알고난 후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는미묘한 차이가 생겼다.겉으로 보이는 풍경은 변함이 없지만그것을 향한 나의 마음이달라져버렸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을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고 해도 다 허상일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
수능을 보았다. 오랜시간 난 나름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만큼 과정도 순조로웠기에 주변에선 다들 어느정도 기대하는 눈치였다. 나 역시 내가 잘할 수 있으리라 믿었고 내 미래에 대한 핑크빛 상상으로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난 결과적으로 수능에 실패했다. 상위 1%까지 갔었던 성적이 7%대로 곤두박질쳤고 결국 원하던 학교도, 학과도 갈 수 없었다. 그동안 나의 노력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지만 난 애써 덤덤하려 했고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상심이 큰지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 누구보다 위로가 필요했지만 아무도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난 그저 전쟁터에서 패배한 패잔병에 불과할 뿐이었다. 자책과 미련과 슬픔의 감정들이 뒤엉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밤이다. 마치 그때의 나처럼.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임당검사. 말도 안되게 달짝지근한 시약을 먹고 오전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한채로 주구장창 피를 뽑았다. 나중엔 지쳐서 병원 쇼파에서 잤다는..;; 검사가 끝난 후 애슐리에 가서 눈물 젖은 밥을 폭풍흡입했다. 찌찌도 배가 고팠었는지 음식이 들어가자 폭풍태동을 했다. 배고픈건 언제나 서럽다.
이 영화를 처음 봤던게..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프닝과 엔딩때 나오던 애니메이션이 참 인상적이었던.. 문득 다시 보고싶어져 어제부터 핸드폰으로 무한반복 중인데 다시 봐도 뭔가 느낌이 싱그럽다. 그 무렵, 난 방학을 맞아 기숙사 짐을 빼고 여수에 내려가 고딩 친구들이랑 두달짜리 토익 강의를 들으면서 영어공부를 핑계로 신나게 놀았고, 지연이랑 헬스장 다니면서 운동 대신 거기 있던 펌프에 푹 빠져 지내기도 했고, (우린 노바소닉의 또다른 진심을 눈 감고도 S 맞을 만큼 수준급이었다. ㅋㅋ) 지연이 부모님이랑 친구들 네명이서 망상 해수욕장에 놀러도 갔었는데.. 아마 이 영화를 그 무렵에 봤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 더욱 싱그럽게 각인되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보고, 또 봐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