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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물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인가요? 난 그 질문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꼈었던 순간이, 그 짧았던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 뜨는게 행복했던 그 때.. 오늘 하루는 어떤 시간들로 채워질까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그 때..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직감했기에 난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시험을 보다가 이 시험은 망했다 직감한 순간 그냥 포기하고 나와버리고 싶은것처럼 삶을 살다가 내 인생은 답이 없다 느끼는 순간 다음 생을 기약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당신은 백조와 같군요. 수면 위의 모습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수면 아래의 발은 끊임없이 발버둥치고 있어요.
의욕이 솟구쳐 오르다가 한순간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희망이 불타오르다가 돌연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소소한 일들로 즐겁다가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무료해진다. 변덕쟁이.
나는 호남 출신이다. 소위 말하는 좌파의 이념이 가득한 곳에서 자라면서 은연중에 난 내 자신도 진보 세력에 속한다고 생각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사회인으로서의 가치관이 정립되고 뭔가에 대한 판단이 확고해질 때 즈음 난 나의 이념이 진보의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걸 알았고 때늦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그렇다면 나는 중도인가' 라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혼동스럽다. 오늘 아침, 뜻을 같이 하기로 한 동지들에게 끊임없이 질타를 당하다가 결국엔 팽당해버리고 만 어느 정치인의 글을 읽으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슬픔 비슷한 감정같은 것이 밀려와 하루종일 머릿속의 잡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멈추지 않는다. 내가 지지했던 후보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나 자신조차 알 수가 없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난 사실 이 문장을 참 감명깊게 읽었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왔던 이 말이 어쩌다 박근혜의 입에서 튀어나와 이렇게 세간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돼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문장 자체로만 놓고보면 매우 근사한 말 아닌가. 무언가 억울하다. 오바마가 저 말을 했었어야 하는데.. 쩝..
한강인 줄 알고 바라보던 것이사실은 한강이 아니었음을 알고난 후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는미묘한 차이가 생겼다.겉으로 보이는 풍경은 변함이 없지만그것을 향한 나의 마음이달라져버렸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을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고 해도 다 허상일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