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기 (380)
정미나닷컴
이 영화를 처음 봤던게..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프닝과 엔딩때 나오던 애니메이션이 참 인상적이었던.. 문득 다시 보고싶어져 어제부터 핸드폰으로 무한반복 중인데 다시 봐도 뭔가 느낌이 싱그럽다. 그 무렵, 난 방학을 맞아 기숙사 짐을 빼고 여수에 내려가 고딩 친구들이랑 두달짜리 토익 강의를 들으면서 영어공부를 핑계로 신나게 놀았고, 지연이랑 헬스장 다니면서 운동 대신 거기 있던 펌프에 푹 빠져 지내기도 했고, (우린 노바소닉의 또다른 진심을 눈 감고도 S 맞을 만큼 수준급이었다. ㅋㅋ) 지연이 부모님이랑 친구들 네명이서 망상 해수욕장에 놀러도 갔었는데.. 아마 이 영화를 그 무렵에 봤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 더욱 싱그럽게 각인되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보고, 또 봐도 기..
가끔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가는 꿈을 꾼다. 운이 좋을땐 그곳을 흘러다니는 아름다운 은하들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왜 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난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했던 것 같다. 그건 잠이 깨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남는 애달픈 그런 감정이다. 하지만 누굴 그리워했는지는 모른다. 늘 그런식이다. 목적도 불분명하고 대상도 모른다. 문득 자기 태몽이 하늘로 용이 승천하는 꿈이었는데 용 꼬리에 김미화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는 웃지못할 사연이 생각나는건 왜인지.
33살 생일 기념 와인을 사러 이마트에 갔는데 아주머니께서 신분증 검사를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난다!!!!!!!!!!!!
『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 Charlie Chaplin
▲ 베란다에서 본 새벽 풍경 예전에 테마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서로 다른 두가지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약간은 꽁트 형식의 드라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중간에 두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부분이 흥미로웠었다. 나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또한 제각기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겠지. 그러고 보면 이 지구는 수많은 에피소드의 덩어리다. 인간도, 동물도, 식물도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그 중에 어떤 존재는 나와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달라이 라마가 얘기했던 인간의 동질감이라는 것이 좀 더 피부에 와닿는다. 잠이 깨버린 새벽, 베란다에서 우두커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
한때 사랑했던 남자의 결혼 소식을 듣는 일은 언제나 묘한 씁쓸함을 동반한다. 그것은 현재 내 옆에 사랑하는 다른 누군가가 있느냐 없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다. 내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을 가장 많이 공유했던 누군가가 내 인생에서 영원히 이탈해버리는 느낌이랄까. 별다른 미련도, 남아있는 감정도 없으므로 그닥 슬플것은 없지만 그래도 백프로 행복을 빈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과거의 애인이 다른 누군가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그건 순전히 가식이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난 요즘 왜이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늙어 가고 있는걸까.
우리에겐 타인이 아닌 나를, 피해자로 기억하는 성향이 있나 보다. 어쩌면 엄마는 오빠와 나를 똑같이 사랑했을지도 모르는데 서로 더 사랑받지 못했다, 내가 피해자다 주장하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누군가와 다투면 꼭 내 잘못보단 상대 잘못이 먼저 떠올라 내가 피해자라 생각하게 되고. 심지어 내가 먼저 이별을 통보하고 나서도 '어쩔 수 없었어. 나를 이렇게 만든 건 그 사람이라고.'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우리. 왜 꼭 그렇게 될까? 받은 사랑보단 받은 상처를 더 오래 간직하고. 내가 이미 가진 무언가보단 내가 아직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더 중요하다, 혹은 더 갖고싶다. 한없이 내가 아닌 타인만을 부러워하는 우리. 우린 도대체, 왜 그런 걸까? .............................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심리 자체가 매우 복합적이고 복잡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매일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 사는 우리가 매번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을 세밀하게 살펴본다는 것은 참으로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늑대소년이란 영화를 뒤늦게 보았다. 그런데 보는 내내 유독 '지태'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쓰였다. 단순히 보면 그는 그냥 버릇없고 이기적이고 주인공들의 사랑을 훼방 놓는 망나니일 뿐이지만 '그가 왜 저런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에 주목해보니 그가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졌다. 사실상 그 영화의 등장인물 중에서 그를 진심으로 좋아해주거나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그가 늑대소년의 공격에 죽었을 때조차도 사람들은 그에게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