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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란다에서 본 새벽 풍경 예전에 테마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서로 다른 두가지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약간은 꽁트 형식의 드라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중간에 두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부분이 흥미로웠었다. 나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또한 제각기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겠지. 그러고 보면 이 지구는 수많은 에피소드의 덩어리다. 인간도, 동물도, 식물도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그 중에 어떤 존재는 나와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달라이 라마가 얘기했던 인간의 동질감이라는 것이 좀 더 피부에 와닿는다. 잠이 깨버린 새벽, 베란다에서 우두커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
한때 사랑했던 남자의 결혼 소식을 듣는 일은 언제나 묘한 씁쓸함을 동반한다. 그것은 현재 내 옆에 사랑하는 다른 누군가가 있느냐 없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다. 내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을 가장 많이 공유했던 누군가가 내 인생에서 영원히 이탈해버리는 느낌이랄까. 별다른 미련도, 남아있는 감정도 없으므로 그닥 슬플것은 없지만 그래도 백프로 행복을 빈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과거의 애인이 다른 누군가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그건 순전히 가식이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난 요즘 왜이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늙어 가고 있는걸까.
우리에겐 타인이 아닌 나를, 피해자로 기억하는 성향이 있나 보다. 어쩌면 엄마는 오빠와 나를 똑같이 사랑했을지도 모르는데 서로 더 사랑받지 못했다, 내가 피해자다 주장하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누군가와 다투면 꼭 내 잘못보단 상대 잘못이 먼저 떠올라 내가 피해자라 생각하게 되고. 심지어 내가 먼저 이별을 통보하고 나서도 '어쩔 수 없었어. 나를 이렇게 만든 건 그 사람이라고.'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우리. 왜 꼭 그렇게 될까? 받은 사랑보단 받은 상처를 더 오래 간직하고. 내가 이미 가진 무언가보단 내가 아직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더 중요하다, 혹은 더 갖고싶다. 한없이 내가 아닌 타인만을 부러워하는 우리. 우린 도대체, 왜 그런 걸까? .............................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심리 자체가 매우 복합적이고 복잡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매일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 사는 우리가 매번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을 세밀하게 살펴본다는 것은 참으로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늑대소년이란 영화를 뒤늦게 보았다. 그런데 보는 내내 유독 '지태'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쓰였다. 단순히 보면 그는 그냥 버릇없고 이기적이고 주인공들의 사랑을 훼방 놓는 망나니일 뿐이지만 '그가 왜 저런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에 주목해보니 그가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졌다. 사실상 그 영화의 등장인물 중에서 그를 진심으로 좋아해주거나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그가 늑대소년의 공격에 죽었을 때조차도 사람들은 그에게 관..
눈이 온다. 어렸을 때 내가 살던 동네에는 눈이 잘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처럼 눈이 새하얗게 내리던 날이면 난 어김없이 밖에 나가 눈을 맞곤 했다. 고개를 들고 눈 내리는 하늘을 하염없이 올려다 보고 있노라면 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게 아니라 거꾸로 내가 눈 덮인 하늘로 붕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렇게 한참을 상상속에 빠져있다 보면 어느새 동네 꼬마들의 웃음소리 같은 것들은 아득히 멀어지고 떠오르는 내 몸 위로 눈이 닿는 소리가 고요하게 귓가를 맴돌았다. 지금 창밖은 새하얀 눈의 나라 지금 여기는 무한한 상상속의 공간 눈이 오고 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눈이 내리고 있다.
나는 왜 아직도 너로 인해 이따금씩 슬퍼지는가 우리만의 비밀은 이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너와 나는 죽을때까지 다시 만날 수는 없는 운명이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새벽 끝을 알 수 없는 상념(想念) 잠이 오지 않는다
꿈을 꿨다. 귀신이 내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 꿈이었다. 난 귀신에게 어서 꺼지라며 소리를 치고 욕을 퍼부어대며 악다구니를 썼다. 잠에서 깨보니 내 오른발이 왼쪽 발목을 누르고 있었다. 근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난 언제부터 귀신에게 욕을 퍼부어댈만큼 용감(?)해진걸까. 나도 나를 알 수가 없는 요즘이다.
두 부류의 아이가 있다. 한 아이는 엄마와 잠시라도 떨어지는게 두렵다. 불안한 마음에 큰소리로 울며 떼를 쓴다. 엄마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다른 아이는 혼자 있는거에 익숙하다. 엄마가 나가도 울지도, 보채지도 않는다. 심지어 엄마가 나가는걸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순간 두 아이의 맥박이나 혈압,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다르지 않다. 무신경해 보이는 아이도 실은 모든 세포를 엄마에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체념한 듯 보이지만 그 아이는 마음으로 울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