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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나닷컴
08.09 TODAY 629
스페인과 영국의 합작 영화인 치코와 리타 내 눈에 생소한 그림체와 내 귀에 어색한 에스파냐어에도 불구하고 뭔가 중독성이 있었던.. 『 미래같은 건 의미없어. 내가 바라는 건 모두 과거에 있거든.』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흘러나오던 쿠바의 재즈음악도 좋았고 당돌하고 자유분방하지만 끝까지 치코만을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리타도 좋았다. 『 47년간 당신이 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주길 기다렸어.』 사랑없이 예술은 쓸쓸하다.
요즘 완전 무한반복 중인 노래 시간이 많이 흐른 어느 시점에 이 노래를 듣는다면 아마 지금이 생각나겠지..? I know something’s gone awry but I feel like going on 무언가 잘못되었단 걸 알지만 계속될 것 같아요 I know I could be wrong but I also could be right 내가 틀릴수도 있지만 또 옳을 수도 있죠 And I feel the earth is turning faster before I saw you there 그곳에서 당신을 보기 전보다 지구가 빨리 도는것 같아요 I feel the sky is spinning lighter before I saw you there 그곳에서 당신을 보기 전보다 하늘이 가볍게 도는것 같아요 A..
『 어떤 사물에서 각자 떠올리는 이미지는 때로 이승과 저승만큼 멀거든.』 은교를 70대 노인과 17세 소녀의 사랑 이야기라고 표현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저 '사랑'이라는 단어때문에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난 충분히 공감했고 그들이 느꼈던 감정은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을 넘어선 어떤 정신적인 교감, 인간애라고 생각했다. 이적요에게 은교는 깨끗함과 순수를 간직한, 자신의 젊음에 대한 그리움의 표상이었고 은교에게 이적요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봐주는 안식처이자 위로였다. 작별 인사를 하며 은교를 품에 꼭 안는 이적요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만큼 저 아이를 소중하게 여기는지가 느껴졌고 그런 노인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는 은교를 보며 소녀가 얼마만큼 그를 의지하고 사랑하는지가 느껴..
중학교 1학년, 내 짝꿍이었던 명진이. 어느날 나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겠다며 자기 자전거를 가지고 우리집까지 찾아왔었는데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내가 거만을 떨며 내리막길에서 과속을 하다 주차되어 있던 차를 박아버렸다. 자전거가 주차된 차를 박았으니 별로 큰 일도 아니었지만 어린 마음에 차 주인에게 혼이 나진 않을까, 행여 경비아저씨가 보진 않았을까 조마조마 무서운 마음이 들었는데 급하게 뛰어온 명진이가 차를 살펴보며 나에게 얘기했다. "안 다쳤어? 기스는 안난 거 같애. 어차피 우린 공범이니까 혹시 문제 생기면 나한테 말해." 나의 불안한 마음을 읽었던 걸까. 공범이라는 말을 저렇게 쉽게 해주다니. 분명 나혼자 잘난척하다가 나혼자 박은건데.. 날 울컥할만큼 감동시킨 한마디. 우린 공범이니까.. 우린 공범..
고3시절, 버스가 끊긴 늦은 밤, 야자가 끝난 나를 늘 데리러오던 조그맣던 파란차. 이따금씩 찾았던 방죽포 밤바다, 귓가를 가득 메우던 파도소리와, 모래 위에 앉아서 마시던 캔맥주와, 우릴 내려다보던 수많은 별들. 노래와 기억과 그리움.
낮에 자전거를 너무 신나게 타서인지 초저녁에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잠이 깨버렸다. 그동안 못 봤던 하이킥을 하나씩 보다보니 어느새 마지막편. 오랜만에 날 울고 웃게 했던 드라만데 많이 아쉽다. 『 그날 밤 언니는 너무 슬퍼 보였고 전 언니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언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잖아요. 어떤 것도 확실한 건 없는 거니까요. 사실 제가 방울토마토가 아니라 낑깡인 것 처럼요. 언니가 제말을 들은 걸까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동안 하이킥에서 들었던 음악들을 다시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