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 (116)
정미나닷컴
"얼마나 기다렸니?" 하고 남자가 물었다. 몇 시간 기다렸느냐는 의미이겠지만, 나는, 10년, 하고 대답했다. 두 사람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수면제 배고픔은 참을수 있어도 외로움은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일용하는 밤의 양식 불면의 세월속에 무성하게 자라오르는 허무의 수풀을 잠재우고 허약해진 육신의 아픔을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안식의 초대자 꿈의 동반자, 소음제거제
눈을 뜨는 순간에만 조금 슬프다. 얇게 구름 낀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잠든지 꽤 오래되었다는 것을 안다. 잘 생각은 없었는데, 하루를 그냥 날려버렸네.. 하고 멍하니 생각한다. 굴욕적인 후회 속에서 나는 그만 가슴이 서늘해진다.
이 책을 읽는내내 난 나 자신의 안으로.. 안으로.. 침잠하였다. 그리고 내 안에 내재된 외로움과 고독감, 그리고 우울함.. 이 모든것들을 하나씩 차례로 만날 수가 있었다. 하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쉬지도 않고 책을 읽어나가다가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그 날 난 잠들기 전까지 계속 울었다. 아니, 울다 지쳐 잠들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책의 줄거리가 슬펐던것은 아니다. 책의 주인공들도 그렇게 우울하거나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덤덤함에서 묻어나오는 서글픔.. 그것이 나를 끝없이 서럽게 만들었다. 인간은 모두 나약하다. 그저 강한척 삶을 살아가고 있을뿐이다. 하지만 위험한 건 자기연민.. 자기연민에 한 번 빠져버리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게..
사랑은 바람이다. 분명히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잡으려고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마음이란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다. 마음은 바람과도 같아서, 당신은 그 움직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은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선택을 한다. 순간의 선택은 얼핏 잠시동안의 나만을 좌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들은 결국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butterfly effect.. 지금까지의 나를 돌이켜보면 선택을 하는데에 있어서 그다지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적어도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진 그랬다. 컴퓨터를 전공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던것도 생각해보면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 오늘날까지 그것이 날 따라다니게 될줄을 그때는 몰랐던 것일까.. 누군가를 만남에 있어서도 그랬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따윈 없었다. 그냥 지금 좋으면 그 뿐이었다. 나이가 들어감에따라 점점 미래의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내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내일의 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한달 후.. 일년 후.. 십년 후의 ..
금기. 이 책의 전부를 담고 있는 단어. 자살, 근친상간, 동성애 등의 무거운 소재들을 독특한 문체로 얘기하고 있는 소설. 몽환적인 느낌을 기대하며 읽었는데 생각보다는 그다지.. 요시모토 바나나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했나보다. 문득 은희경의 '그것은 꿈이었을까'가 다시 읽고 싶어졌다.
서른 둘.. 나의 서른 둘은 어떤 빛깔일까.. 여전히 지금처럼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일에 치여 하루를 보내다 퇴근하고.. 잠이 들고.. 그렇게 또 내일이 오면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며 어디론가 떠나기를 갈망하는.. 서른 둘의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 자신이 오은수가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래서였나보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극도의 심난함이 느껴졌던 것이.. 『서른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서른 둘.. 결코 먼 숫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