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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나는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약함에 대처하는 방법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되었다. 그 방법이란 바로 남들 앞에서 강해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인정하고 가능한 한 유리하게 바꿔보자고 생각한 뒤에야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 책을 읽는 내내 매우 부끄럽고 정곡을 찔리는 느낌이 들었음을 고백한다. 작가가 프로그래머들에게 지적하는 부분 부분들이 죄다 나에게 던지는 충고라고 느껴지는 순간 난 개발자로서 그 동안 엉터리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 깔끔한 코딩!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개발자라면 한눈에 봐도 깔끔하다는 인상을 주는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주석을 다는 것은 필수요소이고 누가 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코딩을 해야 한다. 솔직히 나는 평소에 주석 다는 것을 무척 귀찮아 했었다. ‘내가 짠 프로그램이니 나만 알아볼 수 있으면 되지.’ 라는 생각이 베이스에 깔려있었던 것 같다.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내가 바로 ‘핵폭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변화할 것이다. 내가 무슨 프로그램을 짜고 ..
탈출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는 정반대로. 그렇기에 '벽 너머 다른 세계'를 동경하는 것이다.
날씨는 얼음처럼 차갑고 나는 삶이 뭔지 잘 모르겠어. 어디에서 나를 받아들여서 나 자신과 평화롭게 지낼지도 모르겠어.
과거는, 가끔 그렇게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만 남겨두곤 해. 이를테면 풍경 같은것. 사람은 사라지고 풍경만 남는거야.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정말 인생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하곤 해.
어릴 적, 열두 가지 색 크레파스를 쓰던 아이는 서른 여섯 가지 색 크레파스를 쓰는 아이들이 늘 부러웠다. 하지만 열두 가지 색이든 서른여섯 가지 색이든 항상 닳아 없어지는 색은 똑같았고 모두 다섯 가지 색이 채 안 되었다. 생각해보면 서른여섯 가지 색 크레파스는 화려해 보일 뿐 과시용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조금 더 자란 아이는 알게 되었다. 열두 가지 색을 섞으면 서른 여섯 가지 이상의 색도 만들어낼 수 있음을..
겨울에는 가급적이면 그리움을 간직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에 간직하는 그리움은 잠시만 방치해 두어도 혈관을 얼어붙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