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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나닷컴
늘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같은 감정으로 복잡해진다. 서운함은 설레는 마음을 증폭시킨다. 위로 받을 곳을 찾고자 끊임없이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모두 임시방편일 뿐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내 마음 한 구석 멈춘 시간 속에 작은 공터 하나 아직 남아 있어 그날의 희망이, 그날의 절망이 시린 햇살 속에 뒹굴고 있는 곳 이제는 피지 않는 꽃들이 피어나고 더는 들리지 않는 노래, 그 소리가 들려오네 목놓아 불렀지 우린 믿었으니까 노래가 세상을 흔들 수 있다고 다들 잘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거리를 메웠던 얼굴, 그 얼굴들 그날의 그 꿈을 일상과 바꾼 채 괜스레 서러운 하루는 이렇게 흘러가네 목메어 부르지 나즈막한 소리로 노래가 세상을 흔들 수 있다고 목놓아 불렀지 우린 믿었으니까 노래가 세상을 흔들 수 있다고 ............................................................................ 1988년, 그 무렵 삼촌은 서울로 대학을 갔다. ..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가긴 가는구나. 난 이따금씩 힘겨운 일때문에 낙담을 하거나 눈물이 날때면 늘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래, 그때보단 낫잖아.' 라며 위로를 받곤 하는데 이 곳에 처음 이사를 오던 무렵의 나를 돌이켜보니 그때 나 참 힘들었겠구나, 생각이 드는게 요즘의 내가 엄살을 피우고 있는듯 느껴진다. 모든 상황이 좋지 않았었다.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혼자 떠나왔지만 낯선 환경, 낯선 사람, 낯선 시간들.. 이곳도 역시 외로웠다. 이곳에 사는동안 일 하는 곳이 네 번 바뀌었고 그러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나는 많이 변했다. 떠나기 전까지 많이 담아두고 싶다. 이곳의 풍경, 소리, 느낌, 머지않아 아득해져버릴.. 그리고, 그동안 열심히 살아준 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지막 한 잔의 커피 마시지 말걸 그랬어 드라마 마지막 편도 다음에 볼걸 그랬어 누군가에겐 익숙하지만 내게는 낯선 새벽 세시 잠 못 드는 이 밤 비도 내리지 않고 아른아른 빛나는 별 하나 천천히 내게 다가와 살며시 꺼낸 우리 이야기 해묵은 기억들 하나둘씩 떠올라 별빛 따라 반짝이네 골목길 가로등길 아래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우리 함께 나눈 비밀스런 얘기들 새벽바람 따라 실려 오고 천천히 내게 다가와 살며시 꺼낸 우리 이야기 해묵은 기억들 하나둘씩 떠올라 바람 따라 일렁이네 나지막이 불러보는 너의 이름은 새벽 공기처럼 낯설고 아득한 기억 너머 너의 모습 그리다 아침이 오겠지 아침이 오겠지 어느덧 벌써 굿모닝 이제 우리는 굿바이 새벽 먼지 따라 흩어지는 기억들 졸린 눈을 비비며 안녕 안녕
30살의 내가 20살의 나와 비슷한 패턴의 시간을 살고 있다. 물론 그때만큼 절박하거나, 치열하거나, 외롭진 않지만.. 문득 가족들을 떠나 처음 서울로 올라오던 무렵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제 엄마랑 같이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 하던.. 그땐 '내가 뭐 죽으러 가?' 하며 웃어 넘겼지만 생각해보니 정말 그 후로 지금까지 엄마랑 같이 지낸 날이 다 합해도 1년도 채 안되는 것 같다. 가끔, 내가 혼자 산지 10년이 넘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묻는다. 외롭지 않나요..? 하지만 시점을 달리 생각해보면 엄마도 그 시간동안 늘 혼자였다는 거.. 그래서 점점 엄마랑 내가 닮아가는가 보다. 아..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 야자 끝나고 엄마랑 술 마시던 때가 그립네..
같이 작업했던 차장님께서 챙겨주신 마이더스 ost 어쩌면.. 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마지막 작업이 되었다. 늘 마지막을 정리할 즈음이면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즐겁게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내 이름을 보고 신기해하시는 엄마를 보며 남 모르게 뿌듯했고 가끔 자판기 앞에서 마주치는 김흥국 아저씨로 인해 정겨웠다. 이제 곧 이 모든게 또 추억이 되겠지만 이 추억들이 너무 그리워지지는 않도록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고 즐겁게 일해야지. 그럼 앞으로도 쭉...... 화이팅!!
『 기차를 좋아한다. 기차가 들어올 때, 삐익- 하고 울리는 기적 소리를 좋아한다. 그 소리는 항상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문이 열리면 잠시 소란스워지는 역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후, 텅 빈 역에 층층이 쌓이는 고요를 좋아한다. 의자의 덜컹거리는 그 느낌이 좋고 시큼한 시트 냄새가 좋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이 좋다. 아득히 흘러가는 철로를 바라보는 것도 좋아한다. 구름이 잠시 머물다 가고 햇빛이 쏟아져내리는 역의 지붕을 좋아한다. 밤의 역을 좋아한다. 밤이면 역은 눈동자처럼 외로워진다. 사람이건 계절이건 바람이건 약속이건 기다리는 일은 무조건 외롭고 외로운일. 그 맑고 명징한 외로움을 좋아한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차에 올라타는 그 순간이다. 너를 만나러 가는 그 순간이다..
『 여러분이 입지 않고 사지 않는다면 동물을 죽이는 사람들도 없어질 것입니다.』 충격적이었다. 그저 막연히 모피를 비싼옷, 동물들을 죽여서 만든 별로 좋지 않은 옷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긴 하다며 백화점 갈때마다 유심히 살펴보곤 했었는데.. 너구리를 쇠막대기로 때려 기절시킨 후 산채로 가죽을 벗겨내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반쯤 가죽을 벗겨내고 있을때 의식이 돌아온 너구리가 자신의 몸을 보는 것을 보고 그만 화면에서 눈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너무나 끔찍해 난 차마 볼 수조차 없었던 그 광경을 다른 너구리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참 잔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이는 사람들만을 천하에 몹쓸놈으로 치부해버리기엔 정말 말 그대로 불편한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