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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잔의 커피 마시지 말걸 그랬어 드라마 마지막 편도 다음에 볼걸 그랬어 누군가에겐 익숙하지만 내게는 낯선 새벽 세시 잠 못 드는 이 밤 비도 내리지 않고 아른아른 빛나는 별 하나 천천히 내게 다가와 살며시 꺼낸 우리 이야기 해묵은 기억들 하나둘씩 떠올라 별빛 따라 반짝이네 골목길 가로등길 아래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우리 함께 나눈 비밀스런 얘기들 새벽바람 따라 실려 오고 천천히 내게 다가와 살며시 꺼낸 우리 이야기 해묵은 기억들 하나둘씩 떠올라 바람 따라 일렁이네 나지막이 불러보는 너의 이름은 새벽 공기처럼 낯설고 아득한 기억 너머 너의 모습 그리다 아침이 오겠지 아침이 오겠지 어느덧 벌써 굿모닝 이제 우리는 굿바이 새벽 먼지 따라 흩어지는 기억들 졸린 눈을 비비며 안녕 안녕
30살의 내가 20살의 나와 비슷한 패턴의 시간을 살고 있다. 물론 그때만큼 절박하거나, 치열하거나, 외롭진 않지만.. 문득 가족들을 떠나 처음 서울로 올라오던 무렵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제 엄마랑 같이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 하던.. 그땐 '내가 뭐 죽으러 가?' 하며 웃어 넘겼지만 생각해보니 정말 그 후로 지금까지 엄마랑 같이 지낸 날이 다 합해도 1년도 채 안되는 것 같다. 가끔, 내가 혼자 산지 10년이 넘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묻는다. 외롭지 않나요..? 하지만 시점을 달리 생각해보면 엄마도 그 시간동안 늘 혼자였다는 거.. 그래서 점점 엄마랑 내가 닮아가는가 보다. 아..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 야자 끝나고 엄마랑 술 마시던 때가 그립네..
같이 작업했던 차장님께서 챙겨주신 마이더스 ost 어쩌면.. 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마지막 작업이 되었다. 늘 마지막을 정리할 즈음이면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즐겁게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내 이름을 보고 신기해하시는 엄마를 보며 남 모르게 뿌듯했고 가끔 자판기 앞에서 마주치는 김흥국 아저씨로 인해 정겨웠다. 이제 곧 이 모든게 또 추억이 되겠지만 이 추억들이 너무 그리워지지는 않도록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고 즐겁게 일해야지. 그럼 앞으로도 쭉...... 화이팅!!
『 기차를 좋아한다. 기차가 들어올 때, 삐익- 하고 울리는 기적 소리를 좋아한다. 그 소리는 항상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문이 열리면 잠시 소란스워지는 역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후, 텅 빈 역에 층층이 쌓이는 고요를 좋아한다. 의자의 덜컹거리는 그 느낌이 좋고 시큼한 시트 냄새가 좋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이 좋다. 아득히 흘러가는 철로를 바라보는 것도 좋아한다. 구름이 잠시 머물다 가고 햇빛이 쏟아져내리는 역의 지붕을 좋아한다. 밤의 역을 좋아한다. 밤이면 역은 눈동자처럼 외로워진다. 사람이건 계절이건 바람이건 약속이건 기다리는 일은 무조건 외롭고 외로운일. 그 맑고 명징한 외로움을 좋아한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차에 올라타는 그 순간이다. 너를 만나러 가는 그 순간이다..
『 여러분이 입지 않고 사지 않는다면 동물을 죽이는 사람들도 없어질 것입니다.』 충격적이었다. 그저 막연히 모피를 비싼옷, 동물들을 죽여서 만든 별로 좋지 않은 옷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긴 하다며 백화점 갈때마다 유심히 살펴보곤 했었는데.. 너구리를 쇠막대기로 때려 기절시킨 후 산채로 가죽을 벗겨내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반쯤 가죽을 벗겨내고 있을때 의식이 돌아온 너구리가 자신의 몸을 보는 것을 보고 그만 화면에서 눈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너무나 끔찍해 난 차마 볼 수조차 없었던 그 광경을 다른 너구리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참 잔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이는 사람들만을 천하에 몹쓸놈으로 치부해버리기엔 정말 말 그대로 불편한 진실..
대강 2년쯤 된 것 같다. 내가 USB를 열쇠고리에 메달고 다닌게.. 첨엔 별 생각없이 매일 가지고 다니기 좋겠다는 생각에 열쇠랑 같이 뒀던건데 문제는 내가 심하게 덜렁거리고 뭔가를 잘 잊어버리는 애라는 거였다. 근 2년동안 대략 10번 남짓 정도를 USB를 꽂아둔채로 퇴근한 것 같다. 늘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사무실로 되돌아가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었고 다행스럽게도 그런날은 집주인이 바로바로 키를 빌려준 덕분에 별 어려움없이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던 어제 드디어 일이 터졌다. 집으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 안에서야 난 주머니가 허전하다는 것을 감지했고 동시에 회사 PC에 얌전히 꼽혀있는 USB의 환영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아.. 이런.. ㄴㅁㄹ.." 집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옆에 있는 식당에서..
『세상에는 꿈만 꾸는 사람과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보았다. '울지마 톤즈' 그리고 영화를 보는내내 많은 생각을 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제각기 다른 꿈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가진 꿈의 가치를 어느 누구도 제멋대로 평가할 순 없겠지만 자기 자신만을 위한 꿈이 아닌 세상 많은 사람들을 위한 꿈을 꾸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보고 있노라니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아프리카 수단, 그곳에서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누구보다 진실로 실천하셨던 이태석 신부님. 그가 이 세상을 떠난뒤 그를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아이들의 눈에서, 그를 위해 기도하며 몇번이고 사진에 입 맞추는 할머니의 ..
삼성맨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몸이 아픈데다 일이 계속 힘들었다고 한다. 참 어리석다. 자살할 용기는 있었으면서 왜 사표를 던질 용기는 없었을까. 많은 돈을 벌어도 쓸 시간조차 없었다면서 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했는지.. 물론 회사의 문제도 있겠지만 난 가족들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다. 일이 힘들다고, 회사 가기 싫다고 울기까지 했다는데 왜 그만두라고 진작 말해주지 못했는지.. 부모도 지금 후회가 막심하겠지. 나도 신입 시절에 회사 가기 싫어 밤새 울다 잠들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그 사람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슬프고 화나고.. 복잡하다. 사회적인 지위, 그까짓게 인생에서 뭐라고.. 그냥 다 내려놓으면 그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