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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수많은 것들. 하루를 보내면서 내가 지니게 되는 것들은 나에게서 선택받은 것들이다. 여러 안경 중에서 자주 손이 가는 안경. 여러 스킨 로션 중에서 유난히 자주 바르게 되는 스킨 로션. 또 여러 양말 중에서도 너무 자주 신어 구멍 날 지경이 된 양말. "당신은 왜 그것만 입고 다니죠?" "당신은 왜 그 사람하고만 다녀요?" 하고 묻는다면 글쎄,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그것들은 내 자신과 나란히 있기 때문이다. 내 내부를 닮아 있고, 그래서 나를 드러내 주기 때문에 한없이 편안한 그 '무엇'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궁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연? 아무튼 우리는 그 '무엇' 때문에 살 수 있고 또 살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이렇게 묻는..
이른아침, 이사오기 전부터 가봐야지 생각만 했었던 보라매공원으로의 산책. 무작정 표지판만 보고 걸어가면서 예상했던거보다 꽤 멀군, 생각하는 순간 어딘지 모를 낯설지 않음이 밀려왔다. 뭐지.. 주위를 둘러보다 내 눈에 들어온 건 공원 근처에 있던 보라매병원. 아.. 작년에 형권씨 장례식때 여기 왔었구나. 왜 까맣게 잊고 있었지.. 그 어떤 시간보다도 행복했을 신혼여행 도중에 부인과 함께 죽어버린 회사 동기의 장례식에서 그래도 같이 죽어서 다행인가, 혼자 생각했었던 기억이 났다. 몇개월 지나지도 않았는데 잊어버리다니.. 죽는건 두렵지 않다. 다만.. 내가 이 세상에서 숨쉬었던 시간들이 모두 잊혀져버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시간처럼 되어버리는 게 조금 슬픈거지.
난 원래 남 앞에서 우는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내 자신이 약해보이는걸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궁상떠는일 자체를 싫어해서 웬만해선 참아버리고 마는데.. 그런데 요새 이상하다. 퇴근길에 지하철만 타면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닦아내도 닦아내도 주체할 수 없을만큼 눈물이 흐른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데도 참아지지가 않아.. 무엇이 내 마음을 이리도 애잔하게 만드는 것인지.. 제발.. 진상 그만 떨자. 마음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겠어.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깬 지금도 그 느낌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하지만 알고 있다. 그런 일은 더이상 현실에선 불가능하다는 걸.. 애달픈 아침.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덧문을 아무리 닫아보아도 흐려진 눈앞이 시리도록 날리는 기억들 어느샌가 아물어버린 고백에 덧난 그 겨울의 추억 아, 힘겹게 사랑한 기억 이제는 뒤돌아 갔으니 바람은 또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내 맘에 덧댄 바람의 창 닫아보아도 흐려진 두 눈이 모질게 시리도록 떠나가지 않는 그대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 꿈이라는게 가끔은 참 무섭다. 과거를 되새기고,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암시하기까지 하는.. 그때 꿈에서 누군가 내게 말했었다. 『가야할 때를 ..
항상 힘들게만 하는 사람, 늘 이해심과 인내심을 요하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해와 인내로 그를 배려해 주는것이 싫지 않은 사람이 있죠. 반면에 만나면 늘 내가 풀어져 버리게 만드는 사람이 있죠. 어리광도 늘고 한층 들떠서 평소 하지도 않던 행동들을 하게 만들고 거친말들도 불쑥 튀어나오게 하는 사람. 왠지 그런 내 모습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줄 것 같은 사람. 나란 사람은 하나인데 누구와 함께이냐에 따라서 정반대의 사람이 됩니다.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여러 모습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지만 모습은 여러가지일 수 있어도 마음은 하나이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선택이란 때론 어렵고 매우 중요하며 후회를 걱정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는 거겠죠. 나는 매우 신중하려 노력해요. 그래서 때론 너무..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사람의 가슴을 미치도록 먹먹하게 만든다. 그 사람이 떠난지 몇 년이 흘렀는지와는 무관하게 그 사람과의 모든 기억들이 커다란 쇳덩이가 되어 무겁게 가슴을 짓누른다. 나를 부르던 목소리, 나를 바라보던 미소, 내가 싫어하던 담배연기마저도 모두 현재의 슬픔이 되어 내 앞에 살아 숨쉰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언젠가는 이말.. 꼭 하고 싶었어.. 정말.. 미안해...
태양이 고개를 드는 아침이 되면 산에 올라 걷고 또 걷는다. 그래서인지 저녁만되면 다리가 퉁퉁 붓고 지하철에 서 있기가 고통스러울만큼 발이 아프지만 일단 참기로 한다.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가 되면 졸음에 겨워 낮잠을 잔다. 한참을 잠에 취해 있다 깨어보면 내가 있는 이 곳이 어디인지 내가 존재하는 지금이 어느 시점인지 분간하기 어려울만큼 멍해지며 잠시동안 참을 수 없을만큼 울고 싶어지지만 일단 참기로 한다. 태양이 서서히 사라지는 저녁이 되면 하나, 둘 그리운 것들이 생각난다. 되돌리고 싶은 시간들, 보고싶은 사람들.. 전화라도 해볼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지만 일단 참기로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에는 이보다 더한, 많은 참아야할 것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이것쯤은 가볍게 견뎌보기로 한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