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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난 아직까지 진심 어린 존경심을 가지고 공경할만한 어른을 만나본적이 없다. 사회적인 성공이나 재력, 이따위것들은 차치하고 '언행'만이라도 올바를 수 있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게 될 아이들이 조금은 더 밝고 기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텐데..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어른들은 한번쯤 꼭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부디 자격을 갖춘 어른들이 많아져 더이상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이 되길..
살아가는게 마치 어릴적 미술시간에 하던 스크래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든 그 안에 숨어있던 색이 나타나게 되는.. 신나게 그림을 그리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색이 나타날때도, 싫어하는 색이 나타날때도 있을거야. 그리고 미처 그림을 그리지 못한 부분엔 끝까지 드러나지 못하는 색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러니 앞으로의 일들이 까만 도화지마냥 불투명하다고 해도 불안해 하거나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냥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면 되는거야. 이번엔 어떤 색이 나올지 기대하면서.. 다만, 아무것도 그리지 않는다면 계속 까만 도화지만 붙들고 있게 되겠지..?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 현재 어디 있느냐에 의해 흔들리는 내가 되지 않고 되려 내가 있는 이곳이 나로 인해 변화되도록..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도록 노력해야지.
언제나 계절의 문턱에 들어설 즈음이면 지난해의 이 즈음을 떠올리게 된다. 보통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년이 지났네 하겠지만 지금의 기분은 뭐랄까.. 까마득한 옛기억을 애써 되살려내기라도 하듯 어딘지 아득하고 한참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듯한.. 일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 주변 환경이 변했고, 주변 사람들이 변했고,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변했다. 조금씩 강해지고 있는 내가 보여 기쁘기도 하고 이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는건가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다. 지금의 나로선 일년 후의 나조차 딱히 이렇다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늘 같은 일상에 지쳐있던 예전보단 지금이 더 좋다. 여기저기서 새로운 일들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들에 직면하고, 거기에 대처하기 위해 고..
갑작스레 찾아온 행복은 늘 사람을 몽롱하게 만든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만큼 마음이 두둥실 떠올라 마치 구름 위를 걷고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어렸을 땐 그 기분 그대로를 온전히 만끽하는게 좋았다. 아.. 행복하다.. 아.. 행복하다.. 마음속으로 읊조리며 미소 짓다보면 행복한 기분 그대로가 피부로 느껴져서 좋았다. 그런데 요즘은 행복하면서도 마음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듯하다. 이렇게 좋아도 되나 불안한 마음, 혼자만 행복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날 포근하게 감싸주는 따뜻한 마음. 난 믿는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 그리고 혹여 통하지 않는다해도 진심을 다했을 때 미련이 없다는 걸 알고있다. 그래서 난, 진심을 방해하는 두려움을 없애기위해 오늘도 기도한다. 나를 생..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수많은 것들. 하루를 보내면서 내가 지니게 되는 것들은 나에게서 선택받은 것들이다. 여러 안경 중에서 자주 손이 가는 안경. 여러 스킨 로션 중에서 유난히 자주 바르게 되는 스킨 로션. 또 여러 양말 중에서도 너무 자주 신어 구멍 날 지경이 된 양말. "당신은 왜 그것만 입고 다니죠?" "당신은 왜 그 사람하고만 다녀요?" 하고 묻는다면 글쎄,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그것들은 내 자신과 나란히 있기 때문이다. 내 내부를 닮아 있고, 그래서 나를 드러내 주기 때문에 한없이 편안한 그 '무엇'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궁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연? 아무튼 우리는 그 '무엇' 때문에 살 수 있고 또 살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이렇게 묻는..
이른아침, 이사오기 전부터 가봐야지 생각만 했었던 보라매공원으로의 산책. 무작정 표지판만 보고 걸어가면서 예상했던거보다 꽤 멀군, 생각하는 순간 어딘지 모를 낯설지 않음이 밀려왔다. 뭐지.. 주위를 둘러보다 내 눈에 들어온 건 공원 근처에 있던 보라매병원. 아.. 작년에 형권씨 장례식때 여기 왔었구나. 왜 까맣게 잊고 있었지.. 그 어떤 시간보다도 행복했을 신혼여행 도중에 부인과 함께 죽어버린 회사 동기의 장례식에서 그래도 같이 죽어서 다행인가, 혼자 생각했었던 기억이 났다. 몇개월 지나지도 않았는데 잊어버리다니.. 죽는건 두렵지 않다. 다만.. 내가 이 세상에서 숨쉬었던 시간들이 모두 잊혀져버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시간처럼 되어버리는 게 조금 슬픈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