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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 때..? 아니,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아니, 맹독버섯 스프를 먹었을 때..? 아니, 사람들에게.. 잊혀졌을 때다.
타인과 얼마이상의 시간동안 별다른 교류가 없게되면 슬슬 불안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사회로부터 홀로 고립되어버린 느낌, 모든이들이 나만 두고 어디론가 흘러가버리는 느낌, 그런 느낌들이 너무 강하게 나를 자극시킬때면 무언가 환각상태에 빠지지 않고서는 못 견딜것 같은 느낌까지 드는것이다. 요즘들어 슬슬 그런 불안감이 고개를 디밀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해야할 일들을 다 끝내서일거라 생각된다. 어서 새로운 일을 빨리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가다가 불안과 외로움이 극에 달해 마음에도 없는 사람에게 손 내밀게 되면 그건 정말 최악이니까.
이 영화를 보면서 참 독하다 싶을만큼 현실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지 않아 인정하기 싫은 현실. 아름다운 사랑, 아름다운 연애, 아름다운 결혼. 이런것들은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나이를 먹을수록 느는건 자조적인 웃음뿐.
이사를 앞두고 이것저것 물건을 정리하다보니 참 별의 별개 다 나온다. 이번엔 정말 웬만한 건 다 버리고 가자고 결심한 까닭에 최근 3년이내에 쓰지 않았던 물건들은 종류를 불문하고 전부 쓰레기통으로 넣었건만 차마 버리지 못하는 그것, 오래전 받았던 편지들, 축하 카드들, 내가 썼던 자물쇠 채워진 일기장, 그리고 다 버린줄 알았던 옛사랑의 흔적들.. 짐 정리 하다말고 주저 앉아서 편지랑 카드랑 하나하나 꺼내 읽어보고 2001년에 썼던 일기장도 들춰보고 예전 애인이 받았던 수료증(?) 비슷한 걸 보고는 '이게 왜 여깄지?' 반가운 마음부터 들더니 '부쳐줄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게 오지랖도 넓지.. 결국 모두 버리지 못하고 도로 상자에 넣어두었다. 바보.. 그 많은 추억들 꾸역꾸역 다 챙겨가서 나중에 어쩌려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뒷통수를 맞는거라고.. 인생이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는 일이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뒷통수를 맞는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시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두가 다 별일이다. 젠장.
들려요 내 맘이 말하잖아요 얼마나 오래 그대 뒷모습 바라봤는지 묻고 싶어요 그대도 그래왔는지 하지만 왠지 슬픈 눈빛이 날 두렵게 하죠 사랑이라면 다신 비켜나지 말아요 다시 아플 사랑이라도 혼자 견딜 날보단 나을 테니 그 어떤 행복도 나 잠시 살던 그대 품만 못하단 걸 이 계절 끝에 다시 깨달아요 보여요 가만히 눈을 감으면 환한 얼굴로 내게 달려 와 꼭 안아 줄 그대 사랑이라면 다신 비켜나지 말아요 다시 아플 사랑이라도 혼자 견딜 날보단 나을 테니 그 어떤 행복도 나 잠시 살던 그대 품만 못하단 걸 이 계절 끝에 다시 깨달아요 몇 번의 계절이 또 날 지날까요 우리 사랑했던 그 날들 그 위로 새 추억이 눈 덮듯 쌓여가도 잊으면 안돼 사랑했던 그 해 우리는 빛보다 눈부셨던 추억들은 또 누굴 만나고 사는동안 또..
요즘들어 옛날 노래를 많이 듣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또 올라가.. 스물둘, 열아홉, 그리고 열여섯까지.. 거기까지 올라가다보면 한없이 서글퍼진다. 난 새하얀 교복을 입고서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교실 창밖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그 느낌이 참 평화롭고 좋다. 내 마음이 구름이 되어 그대에게 닿고 싶다는 유치한 시구절을 떠올리며 괜시리 미소도 지어보고 눈을 감은채로 하염없이 따사롭기만한 햇살에 얼굴을 맡겨보기도 하고..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시절의 나를 만나고 온 기분이다. 아무런 의심없이 사람을 믿고, 좋아할 수 있었던.. 행복했으니 된거다. 더이상 무엇을 바란다면 그건 욕심이겠지. 너무나 포근하고 따뜻해서 벗어나기 싫지만 그래도 이 기억들로 인해 앞으로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