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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문득 일 하는게 참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집중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하루종일 모니터만 보고 있는데도 그냥 즐겁다. 내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나의 일, 나의 직업.. 프로그래머, 개발자. 어렸을 땐 막연히 멋지다고만 생각됐던.. 가끔씩 한계에 부딪칠때마다 날 좌절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성취감을 안겨주었던 아주 소중한.. 내가 서른살쯤 됐을 때 어디에 가서든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그리고 즐겁게 나의 직업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더 노력해야겠지. 자!! 힘내자~ 지금은 열심히 일 해야할 때.
예전에 좋아했던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왔던 적이 있다. 『근데 이 찜찜한 기분은 뭐냐고.. 밥먹고 이빨사이에 뭔가 꼈는데, 아무리 해도 안나올 때 그 혓바닥만 쥐날 것 같은..』 지금 나의 심리가 그렇다고 하면 조금 표현이 될까. 왜 그럴까.. 찬찬히 생각해 본다. 사실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다만 그 해답이 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것 뿐이다. 공허하고, 공허하고, 또 공허하다. 열아홉의 어린 나이로 홀로 삶을 시작해야했던 그 때보다 오히려 요즘이 더 쓸쓸한 것 같다.
한 시간째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괜찮다.. 괜찮다.. 애써 억눌렀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복받쳐 오른다. 불행하게도.. 생각나버렸다. 생각나버리고 말았다.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이었는지.. 얼마나 즐거운 기억들이었는지.. 하나, 둘 잃어가고 있다. 이렇게 소중한 것들을 떠나보내야 하는게 인생이라면...... 마음이 많이 슬프다.
인연의 끈을 놓으면 더이상의 집착도.. 미련도.. 사랑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깨끗한 세상만 보고 살 수 없음에 화가 나고 힘 없고 초라한 내 자신에게 화가 나고 미래가 없는.. 그래서 힘들고 아픈 내 사랑에 화가 나고 결국.. 아주 작은것조차 내 뜻대로 되는게 없음에 한없이 심통이 난다.
하늘냄새.. 하늘을 닮은 사람을 그리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딱히 연락할 사람이 보이지 않아..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은 지금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어딘가 기대고 싶을 때 갖는 위로일 뿐. 그리운 것들이 너무 많아..
더이상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말기.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 행여 그 감정으로 인해 훗날 상처받게 된다해도 그것은 나의 몫이니.. 내 몫의 상처를 피하기 위해 남에게 상처주는 일 따위는 하지 않기.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한없이 자유로워졌다.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 그래.. 갈때까지 가보지 뭐..
잘 견디다가도 잘 버티다가도 문득문득 혼자라는 사실이 못견디게 힘들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 모두 털어놓고 힘들어 죽겠다며 밤새도록 울고싶은 그런 날이 있다. 그래.. 분명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거다. 내 마음속 모든 문제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건.. 분명.. 나에게 문제가 있는거다. 그렇다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걸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삶의 짐을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하는가. 그래.. 생각해보면 모두 내가 자초한 일이다. 어쩔 수 없지.. 근데.. 그런데.. 때로는 혼자라는 사실이 너무 서럽다. 내 문제들.. 내 고민들..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